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8일 "판매규제의 실효성을 냉철히 진단하고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소비자 보호 정책 방안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들과의 간담회에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3년 반이 지났으나 불완전 판매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 발전도 결국에는 금융소비자와의 단단한 신뢰 관계가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만 해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적 때문에 청력이 약한 80대 노인에게 상품을 이해했다는 답변을 유도한 뒤 판매하는 등 각종 불완전 판매 정황이 확인됐다. 올 상반기에만 홍콩 ELS 피해 규모가 6조 원에 달한 것도 이런 불완전 판매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참석자들은 복잡·다양해지는 금융상품 판매 환경에서 법령 등을 통해 판매규제를 단순히 추가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며 일선의 판매 관행을 변화시킬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제시하고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매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경우 판매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내놓았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법령을 준수하고 엄격한 내부통제를 거쳐 충분한 정보와 위험성을 전달한 경우에는 소비자에게도 자기책임 원칙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금융소비자도 금융시장 주체로서 본인의 선택과 판단에 책임을 져야 시장이 발전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위는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