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 차단, 검증 안 됐는데… 혈세로 방연마스크 구입 논란

입력
2024.10.28 18:50
인증 받지 않은 방연마스크 지원 사업 논란
충남도, 시군 행안부 인증제 무시한 구매 지침

충남도가 유독가스 차단 성능이 검증이 되지 않은 방연마스크를 구입하는데 수천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도는 올해 행정안전부의 소방안전특별교부세를 받아 서천·홍성·부여군 등 7개 시군 내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거주시설에 공급할 방연마스크 구입비용 2억 1,000만 원을 지원했다.

화재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맹독성인 시안화수소 등 유독가스를 일정 시간 차단하는 방연마스크를 제공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행안부는 공인된 시험기관의 시험을 거쳐 인증을 받은 제품을 보급할 수 있도록 방연마스크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행안부 인증을 받은 국내 방연마스크 제조업체는 6곳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방연마스크를 보급한 시군 가운데 서천·홍성군의 경우 유독가스 차단성능 인증이 이뤄지지 않은 제품을 구입해 노인회관 등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천군은 지난 7월 5,380만 원을 들여 K사 제품 3,840개를 구입해 어린이 돌봄센터와 아동복지시설 80곳에 보급했다. 홍성군은 이 보다 한 달 앞서 보조금 2,619만 원으로 I사 방연마스크 1,400개를 구입, 지역 내 복지지설 29곳에 설치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방연마스크를 구입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어난 일"이라고 구입 경위를 설명했다. 홍성군은 "충남도의 방연마스크 구매 지침에 따라 지원사업을 추진했고, 공급업체가 인증 제품이라고해서 믿고 구입한 것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충남도가 명시한 방연마스크 구매 대상은 △재난안전산업진흥법에 따라 재난안전제품 인증을 획득한 제품 △한국산업표준(KS) 인증 제품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 △기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안전성 및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 △성인용, 아동용 또는 성인아동공동용 등 지원대상에 적합한 규격의 제품이다. 김병상 도 안전정책과장은 "행안부 인증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다른 기관의 인증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충남도의 구매 지침이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침에 명시된 '기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안전성 및 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 또는 아동용 또는 성인아동공동용 등 지원대상에 적합한 규격의 제품'이 행안부의 방연마스크 인증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안부 인증을 받은 방연마스크 제조 A사 관계자는 "1~2억 원을 들여서 유독가스 차단 성능 인증을 받으면 뭐하냐"면서 "정부 인증제가 일선 지자체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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