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28일(현지시간) 미국에 출시했다. 지난 6월 자사 개발자 대상 콘퍼런스에서 이 시스템을 공개한 지 4개월여 만에 애플표 AI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아직 시리·챗GPT 통합 등 많은 게 이뤄지지 않은 초기 버전이지만 애플이 늦게나마 AI 대전에 참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아이패드·맥에 또 다른 시대를 열어주고, 사용자가 수행 가능한 작업의 지평을 개척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플은 이날 새 운영체제(OS) iOS 18.1을 배포했다. 여기에는 '미국 영어'로만 구동할 수 있는 애플 인텔리전스 일부 기능이 포함됐다. 다만 OS 업데이트를 하더라도 애플 인텔리전스는 아이폰의 경우 지난해 출시된 15 시리즈와 올해 나온 16 시리즈로만 이용할 수 있다. 또 '영국 영어' 등 다른 언어 버전은 12월 이후에나 구동이 가능하다.
이날부터 쓸 수 있는 애플 인텔리전스의 대표적 기능은 '글쓰기 도구'다. 메일, 메시지, 메모 애플리케이션(앱) 등 글 작성이 가능한 대부분 환경에서 작동하는 글쓰기 도구는 글을 재작성하거나 교정, 요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날 실리콘밸리의 한 애플스토어 매장을 찾아 이 기능을 써봤다. 아이폰16을 이용해 메일 앱에서 메일을 쓴 뒤 글을 전체 선택하니 글쓰기 도구가 제안됐고, 이를 누르자 '교정' '재작성' '친근하게' '전문적으로' '간결하게' 등 버튼이 나열됐다. 여기서 '전문적으로'를 선택하니 약 5초 만에 애플 인텔리전스는 메일의 전체적인 어조를 바꿔냈다.
글쓰기 도구는 애플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이용할 때도 쓸 수 있다. 사파리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기사를 열고 전체 선택한 다음 글쓰기 도구를 불러내 '요약'을 명하자, 몇 초 뒤 요약된 내용이 화면 아래에 떴다. 전화 통화 녹음 후 녹취록을 작성하고 이를 요약도 해준다.
사진 앱에서는 자연어 검색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는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움직여 가면서 원하는 사진을 직접 골라내야 했지만, 애플 인텔리전스가 들어오면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마야'처럼 찾고자 하는 사진 설명을 입력하기만 해도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 기능은 동영상에도 적용돼, 자연어 검색으로 동영상 속 특정 장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사진 편집 역시 쉬워졌다. '클린업' 도구가 새로 생기면서다. 배경에 다른 사람이 같이 찍힌 사진에서 '클린업'을 누르고 지우고 싶은 인물을 손가락으로 알려주자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진 속에서 해당 인물을 감쪽같이 제거해 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 기능은 아직 완벽하지 않아 흔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나 구글의 AI 편집 도구가 더 우수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음성 비서 '시리'는 이용자가 말을 조금 더듬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등 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애플 인텔리전스는 알림을 시간 순이 아닌 우선순위에 따라 나열해줌으로써 이용자가 알림을 빨리 훑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전화 앱에서는 통화 녹음을 할 수 있게 됐다. "통화 중 녹음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통화 당사자들에게 녹음 중임을 알려주며, 통화가 끝나면 요약을 생성해 준다"고 애플은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몇 달 동안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해 본 결과 크게 돋보이는 기능이 아직 많지는 않다"며 "가끔 이상한 요약을 제공하는 등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고, 배터리 소모도 더 빨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일상적인 글 작성이나 간단한 사진 편집 정도라면 유용할 수 있지만,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이날 출시된 기능들은 전체 기능 중 일부일 뿐으로, 앞으로 몇 달 내 더 많은 기능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기기 언어 설정을 미국 영어로 바꾸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어 설정으로 애플 인텔리전스를 이용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확한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