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서울에 무인기가 출현해 삐라(전단)를 살포했을 때 어떻게 짖어댈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북한이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담화로, 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김 부부장은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윤석열 대통령)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됐다”며 “우리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가정된 상황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서울이 어떻게 짖어댈지(반응하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며 “세상도 궁금해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가 서해 백령도에서 한국군이 보낸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통신은 김 부부장 담화에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대한민국발 무인기의 이륙지점과 침입경로, 침입목적을 확증한 주권침해 도발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국방성과 국가보위성 등 전문기관으로 연합조사그룹을 구성해 무인기 잔해의 비행조종 모듈을 완전히 분해하고 비행계획 및 비행이력 자료를 분석했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조종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무인기가 10월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해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 주변의 해상을 지나 남조압도 주변 해상까지 비행한 뒤 남포시 천리마 구역 상공을 거쳐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고 밝히면서 “10월 9일 1시 32분 8초 외무성 청사와 지하철도 승리역사 상공에, 1시 35분 11초 국방성 청사 상공에 정치선동 오물을 살포하였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비행 조종 프로그램에는 2023년 6월 5일부터 2024년 10월 8일 사이에 작성된 238개 비행계획과 비행이력들이 기록돼 있었으며, 그중 10월 8일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 이력은 모두 한국의 영역 내에서 비행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은 무인기가 평양에서 발견되기 전의 비행경로라며 녹색 선으로 경로를 나타낸 그래픽도 제작해 공개했다. 이 자료에 표시된 비행계획 경로는 백령도에서 서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상승해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가 같은 경로를 통해 백령도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그려졌고, 실제 경로는 평양에서 끊겼다.
국방성 대변인은 연합조사그룹의 분석 결과 “무인기를 우리 국가의 수도 상공에까지 불법침입시킨 사건의 책임을 집요하게 회피해온 한국군사깡패들의 가장 저렬하고 파렴치한 도발적 정체가 추호도 변명할 여지없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