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궤도 굴절차 좋은데...넘어야 할 산 많아" 도시철 3·4·5호선 고민 많은 대전시

입력
2024.10.30 20:50
시, 도시철 3·4·5호선 TRT 검토
내년 유성~가수원 시범운영 계획
저렴한 구축 비용... 경제성 뛰어나
전례 없어 국비 지원받기 어려워
차량 길이와 면허 제도 등도 문제
트램도 지침 개정으로 쉽지 않아

대전시가 도시철도 3·4·5호선 차량 방식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기존 도시철도보다 경제성이 뛰어난 무궤도 굴절차량시스템(TRT)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비 확보와 차량 도입, 운행을 위한 면허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실현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차선책으로 2호선처럼 트램을 추진한다고 해도 최근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해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28일 대전시에 따르면 내년 말부터 유성온천네거리~가수원네거리(6.2㎞) 구간에 무궤도 굴절차량을 시범 운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도시철도 2호선 이후 3·4·5호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무궤도 굴절차량 도입을 염두에 두고 시범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바퀴 달린 트램'으로 불리는 무궤도 굴절차량은 도시철도나 트램과 달리, 궤도가 필요 없는 고무 차륜으로 구동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트램이나 지하철 등 도시철도와 유사한 수송능력을 발휘하면서도 건설비용은 물론, 운영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축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무궤도 굴절차량(신교통수단)이 뛰어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적 대중교통 전문가 그레엄 커리 호주 모나쉬대 교수는 지난달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시교통 효율성 제고를 위한 신교통수단 도입 방향' 국제세미나에서 "경전철과 유사한 성능을 갖추면서도 현저히 저렴한 건설비용, 낮은 차량 구입비, 짧은 건설기간 등의 장점을 갖춰 호주에서도 많은 관심과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정책연구실장은 "신교통수단을 대전 3호선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에 적용한 결과 트램 대비 경제성(B/C)이 0.55에서 1.34로 대폭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무궤도 굴절차량 도입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국내에 아직까지 무궤도 굴절차량을 대중교통으로 도입한 사례가 없다보니 국비 확보 방안이 마땅치 않다. 다만 간선급행버스체계(BRT)법에 무궤도 굴절 차량을 포함시키고, 정부의 관련 종합계획 반영하면 도로와 정류장 등 기반시설 공사비의 50%, 차량 구입비(21억 원~40억 원 추정)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첫 사례다 보니 시의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차량 길이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행 자동차 부품 규칙 상 최대 길이는 19m인데 시가 도입하려는 무궤도 굴절차량의 길이는 25~35m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면허도 문제다. 도입한 전례가 없다보니 철도를 제외한 국내 최장 대중교통수단 운행을 위해 면허 관련 규정을 손보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어서다.

규제 개선을 못해 2호선과 같은 트램으로 선회해도 무난한 사업 추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및 노선별 도시철도 기본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하면서 각 지자체의 무분별한 트램 사업 방지를 위해 관련 검토 사항을 제도화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트램 도입 적정 수요 및 BRT와의 비교 분석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에 무궤도 굴절차량 시범 사업 등을 위한 모빌리티 혁신법에 따른 규제특례(규제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신교통수단의 우수성을 입증하면 정부 차원의 법 체계 정비와 규제 완화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계자는 "무궤고 굴절차량 외에도 다각적으로 도시철도 3·4·5호선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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