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애초 예고한 대로 이번 국감은 '기승전 김건희'로 끝나는 분위기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의혹에 검찰의 면죄부까지 논란이 되면서 야당은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김 여사 의혹에 당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김 여사 의혹에 대한 결정적 '한 방'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고, 여당 역시 김 여사 의혹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민생은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욕설까지 난무하면서, 또다시 국감 무용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시작된 국감에 전체 상임위에서 최소 506명(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집계 기준)의 일반증인을 채택했다. 21대 국회 마지막이었던 지난해 국감에서 채택된 증인 수(245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이는 야당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 검증을 위해 증인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 법사위가 대표적이다.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 등 8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법사위 일반 증인은 6명에 불과했고, 2022년에는 한 명도 없었던 전례와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김 여사 등은 출석하지 않았고, 공천 개입의 중심에 있는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이었던 강혜경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게 그나마 성과다.
운영위원회도 김 여사를 비롯해 김 전 의원, 김대남 전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김 여사 의혹을 중심으로 30명에 달하는 증인을 채택했는데 핵심 증인들은 불출석했다. 김 여사의 관저 증축 의혹 등을 검증한 행정안전위원회는 증인 114명을 신청했고 관저 증축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따진 국토교통위원회도 증인 37명을 불렀다. 과거 기업인들이 증언대에 섰던 정무위원회(39명), 환경노동위원회(24명) 등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증인 수가 줄었다.
야권 주도의 무더기 증인 채택과 대상자들의 출석 거부가 이어지면서 국회 직원이 직접 집이나 사무실을 찾아가 출석을 요구하는 동행명령도 크게 늘었다. 21대 국회 회기였던 2020~2023년 동행명령은 총 14회 집행됐는데, 올해는 운영위 국감 진행 전인 25일까지 이미 27회로 늘었다. 야당 의원들이 직접 동행명령장을 들고 증인을 찾으러 나서기도 했다. 국감 첫날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김태영, 이승만 21그램 공동대표를 찾아 서울 성동구 21그램 사옥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법사위 소속 장경태 이건태 이성윤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위해 대통령 관저 인근을 찾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의원들과 피감 기관 관계자들의 막말은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감에서 황희 민주당 의원이 ‘계엄령’ 논란과 관련,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군복을 입었다고 할 얘기를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더 ‘병X’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국회 과학방송기술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씨X, 사람 다 죽이네"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부위원장은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받았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의원들 발언도 논란이 됐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이분들이 기생인가. (청와대를) 기생집을 만들어 놨나"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국악인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비판했고, 양 의원은 “신중치 못했다”며 사과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 국감 당시 "국회의원이 김영철 검사의 아랫도리를 비호하는 것도 참 한심한데, 나쁜 손버릇을 가진 김건희 여사를 비호하는 것도 한심하다"고 했다가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두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상태다.
상임위원장들의 과도한 발언 시간도 논란거리였다. 특히 정청래 법사위원장, 최민희 과방위원장 등은 다른 의원의 질의에 후속 질문을 하는 등 수시로 회의에 개입하면서, 발언 시간이 다른 의원의 5배 이상을 넘을 때도 있었다. 국감 모니터단 분석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서울고등검찰청 국감이 진행된 지난 8일 1시간 27분 42초를 발언하면서, 전체 회의시간(6시간 38분 2초)의 22.03%를 차지했다. 다른 의원들의 평균 발언 시간(22분 4초)의 5.44배에 달한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있던 7일 총 2시간 7초를 발언했다. 의원들의 전체 발언 시간(10시간 4분 2초)의 19.89%에 달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던 국회가 '진영의 정당'으로 변질되면서 국감 현장도 정책 논의의 장이 아닌 권력 투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