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5,000명이 최대 격전지인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에 28일(현지시간) 집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부 측근도 북한군 총책임자 자격으로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전장 투입이 임박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을 상대로 심리전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익명의 우크라이나·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군 첫 병력이 쿠르스크에 배치된 지난 23일 이후 매일 북한군 수천 명이 쿠르스크주에 도착하고 있다"며 "28일까지 최대 5,000명의 북한군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NYT에 "조선인민군 정예 부대 중 일부인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공군기 일류신 Il-62M을 타고 러시아 서부 군 비행장으로 이동한 다음, 전투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군이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며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나, 추가 파병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재로서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러시아 본토 중 처음으로 기습 침공, 일부 땅을 점령해 러시아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최전선이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또 상당한 규모의 북한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부에 배치,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김 위원장의 군부 측근 중 한 명인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도 북한군을 총괄하기 위해 러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김 부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입수한 러시아군 작성 '파견 북한군 간부 명단' 최상단에 위치했다. 김 부총참모장의 정확한 입국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24일부터는 러시아에 체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부대 제11군단장, 특수작전군 사령관 등을 지낸 김 부총참모장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 기지 방문 당시 포착됐다. 이후 지난 6일까지 김 위원장의 군 관련 시설 현지 방문을 잇따라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군 파병 총책임자로 자신의 군부 측근을 보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여하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북러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목적을 드러낸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과의 심리전에 착수한 모양새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 관계자는 "북한군이 투입되면 전선에 한국어 전단을 배포, 적극적으로 투항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UR은 23일 텔레그램에 투항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한국어 동영상을 게재하기도 했고, 북한군 포로 확보 시 한국어로 신문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마련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거듭 호소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점점 동맹국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이제 북한은 언제든 전장에 나타날 수 있다"며 "(서방 동맹국들의) 더 강력한 결정과 구체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에는 당초 예정됐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시켰다. 이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한 것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