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벤츠 독일 본사는 왜 "한국 정부의 배터리 사전인증제 지지"를 강조했나

입력
2024.10.28 09:00
우베 켈러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총괄
"파라시스 등 배터리 공급사 엄격하게 관리"
국과수, "하부 배터리셀 충격 후 발화 가능성"
"배터리 셀 등 화재 방지 시스템 개발 노력"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일어난 EQE 전기차 화재 사고를 두고 메르세데스-벤츠(벤츠) 그룹 측"모든 배터리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제품 검사, 공장 방문 등 예외 없이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 그룹은 그러나 당분간 청라 화재 차량에 들어 있던 배터리 셀 제조사인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계속 쓸 예정이다.

벤츠그룹 관계자들은 21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 북동쪽 운터튀르크하임에 있는 벤츠 그룹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해 엄격하게 품질 관리를 해왔다고 해명했다. 우베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은 "배터리 팩 자체는 벤츠가 정의하고 설계한다"며 "셀 모듈 안쪽을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공급 업체가 결정하기 나름이지만 이 역시 품질에 있어 벤츠의 기준을 맞출 수 있게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츠 그룹은 표준화된 품질 검사, 제품 검사, 공장 정기 방문 등을 통해 실사를 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배터리 공급사를 정한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순서로 조립돼 전기차에 장착된다. 보통 배터리 셀과 모듈은 배터리 제조 기업이 생산하며 완성차 업체는 이를 완제품 형태인 배터리 팩으로 조립한다. 켈러 총괄은 "배터리는 표준 설계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다"며 "배터리 설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 폭주 등을 막기 위한 대책도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똑같이 적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차량 하부에 있는 배터리셀이 바깥 충격으로 손상을 입으며 불이 난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을 두고 켈러 총괄은 "차량 안전을 위해 충돌(crash) 테스트뿐 아니라 크러시(crush) 테스트 등 할 수 있는 모든 충돌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바닥 쪽에 충격이나 손상이 가해졌을 때 차량 하부에 있는 배터리가 반응하는지 몇 톤의 무게를 위에서 찍어 누르듯 압력을 줬을 때 견딜 수 있는지 등을 실험한다.

다만 아직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국에 수입되는 벤츠 전기차에 적용되는 중국 CATL 및 파라시스 배터리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동력 계통)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은 "다만 한국에서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인사이트(통찰)이 있다면 나중에 맞춰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도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향후 전략을 짜는데 고객의 요구 사항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소비자 피드백 가장 중요…현재 상황 심각하게 생각"


인천 화재 사고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최초로 시행하는 배터리 사전인증제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25년 2월부터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에는 모든 제조사를 대상으로 인증을 거친 배터리만 시중에 파는 인증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켈러 총괄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와 관련해선 "매우 열려 있다"며 "새로운 기준이나 인증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배터리를 포함해 전기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연구·개발(R&D)도 협력사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켈러 총괄은 "전해액이 있어 불이 날 가능성이 적은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열 확산을 중단 또는 차단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도입될 것"이라며 "공급사들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적당한 시일에 좋은 솔루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벤츠 측은 한국 소비자들의 우려를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사고에 유감을 표했다. 켈러 총괄은 "벤츠 혼자 잘하거나 배터리(제조사)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기술 자체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차량, 그리고 배터리에 대한 부분은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하니 기술 및 안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운터튀르크하임=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