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면적을 가구원 수에 따라 제한한 규제가 전면 폐지된다.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상과 동떨어지는 규제라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좁은 집에 내몰린다’는 반발이 거셌고,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빈집이 남기도 했다. 탁상행정에 저출산을 해소한다는 취지만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급 면적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8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한하는 모든 칸막이식 면적 기준을 폐지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대신 ‘출생가구 최우선 공급’ 방식을 신설한다. 공공임대주택(영구·국민·행복주택) 입주자를 선정할 때 지원 유형별로 2세 미만 아이를 둔 신생아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 행복주택 최장 거주기간을 6년에서 10년으로(유자녀 가구는 10년에서 14년) 늘리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할 때 가구원 수별 전용면적 상한을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도 가구원 1명은 35㎡, 2명은 44㎡, 3명은 50㎡ 이하 주택에만 입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4명 이상에는 44㎡보다 큰 집을 공급해야 한다.
이번 입법예고로 국토부가 3월 시행규칙을 개정해 도입한 면적 규제는 없던 일이 됐다. 입법예고일 기준으로 시행 후 217일 만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면적 규제는 시행 엿새 만에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본보 4월 2일 자 15면)이 제기될 정도로 반발이 컸지만 정부는 이제서야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면적 규제에 대한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해명하다 4월 말 제도를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그사이 공공임대주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까지 ‘면적 규제가 폐지됐다더니 왜 그대로냐’라는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입주 희망 지역에 상한에 가까운 주택이 없거나 빈집이 있어도 1·2인 가구는 입주를 못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수도권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비수도권이나 주민의 전출입이 잦은 산업단지 인근이 특히 문제였다. 규제가 남매를 한 방에서 재우기 어려운 한부모 가족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임대주택 사업자가 협의해 공공임대주택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반발만 키웠다. 입주 희망자들은 어느 집에 규제가 면제될지 사전에 파악할 방법이 없어 애를 태워야 했다. 시간이 흐르자 규제 면제 단지가 점점 늘었다. ‘일을 두 번 할 거면 애초에 왜 규제를 도입했느냐’는 뒷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