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유산·사산한 여성의 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출생 대책을 27일 발표했다. 출생 당사자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돕기 위한 취지다. 또 난자 채취 실패 등 의학적 이유로 난임 시술이 중단된 경우 난임 부부가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30일 예정된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유·사산 관련 여성 건강회복 지원 및 난임가정 지원 확대' 등 저출생 대응정책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청년의 사회진출·결혼·출산이 연쇄적으로 늦어져 유·사산 위험이 커진 최근 상황을 반영했다. 2013년 20.7%였던 유· 사산율은 지난해 25.5%까지 올랐다. 근로기준법은 임신 11주 이내 유· 사산시 여성근로자에게 5일의 휴가를 준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데 충분치 않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유 수석은 "남편의 유· 사산 휴가제도도 신설해 배우자의 회복을 돕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임 가정 의료비 지원 정책은 해당 부부들의 숙원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 대책 일환으로 난임 시술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난자 채취 결과 '공난포'(난포에 난자가 없는 경우)로 판명되는 등 시술 진행이 불가할 경우 지원이 취소된다. 사실상 지원금을 '토해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난임으로 힘든 부부를 더 큰 상실감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침 개정으로 지자체의 비자발적 시술 중단 사례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기도만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의 국세 정기세무조사 유예 기회도 확대할 예정이다. 유 수석은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이나 가족친화 인증기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이 조사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조사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수석비서관은 올해 2분기 출생아 수가 8년 반 만에 증가하고 7· 8월 출생아 증가세가 이어진 긍정적 흐름을 두고 "(2024년) 합계출산율 반등의 희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출산과 혼인의 증가가 본격적이고 구조적인 반등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여 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추세 모니터링이 우선돼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우선 현재의 긍정적 모멘텀을 살려 정책적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노력의 일환으로 결혼·임신·출산·양육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육아 관련 부정적 이미지의 용어 변경'도 추진한다. 이를테면 육아휴직을 '육아몰입기간',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유 수석은 향후 인구 정책 종합 컨트롤타워를 맡을 '인구전략기획부'에 대해 "출범과 동시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국책연구기관과 정부가 합동으로 '인구전략로드맵'을 작업해 내년 인구부 출범과 동시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기국회 내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