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민생공통공약협의체(민생협의체)를 출범시킨다. 민생협의체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일 1차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4·10 총선에서 내놓은 여야 간 공통 민생공약 추진을 협의하는 기구다. 고물가·고금리 등 일상화된 민생고뿐 아니라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 극복을 위해 초당적 입법이 절실한 때인 만큼 민생협의체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민생협의체는 한 대표와 이 대표가 1차 회담 후 발표문에 언급한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지원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자영업·소상공인 지원 등의 의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패권경쟁은 국가 총력전이 된 지 오래다.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전력망 확충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시급한 사안이다. 이러한 민생 입법 지원은 물론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에도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2차 회담은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됐다. 한 대표는 용산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압박을,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는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여권 분열을 각각 염두에 둔 '이이제이' 속내가 맞아떨어진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정치적 이해에 따른 수싸움에 몰두한다면 민생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지난 1차 회담에서도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당시 합의한 민생협의체 출범까지 근 두 달이 걸린 셈이다. 국정감사 일정이 끼어 있었다고 해도 채 상병 특검법·김 여사 특검법 등을 둘러싼 여야 극한 정쟁을 반복하느라 민생 협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20%에 턱걸이한 채 좀처럼 국정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대표라도 엄중한 민생·경제 상황을 감안해 정쟁을 뒤로하고 민생 협의에 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여야가 발의한 반도체법과 전력망법 등 비정치적 법안은 정쟁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함으로써 민생공약 이행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