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 이후 판결문을 경정(수정)한 것을 두고, 대법원이 △단순한 기록 오류였는지 △아니면 판결의 영향을 미칠 만한 치명적 오류였는지를 가리기 위한 구체적인 심리에 들어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심리 중인 항소심 판결문 경정 판결에 대해 최 회장 측이 제기한 재항고 사건 심리불속행 기간이 전날 경과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접수 4개월 이내에 추가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재항고에선 심리불속행 기간 안에 별도의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데, 이것은 판결문 수정 부분을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혼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5월 30일 최 회장의 재산 중 1조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그 뒤인 6월 17일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최 회장 부친)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 전신)의 주식 가치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고치며 판결 경정 결정을 내렸다. 이게 변경되면서 1998년부터 2009년까지 회사 가치 상승분도 355배가 아닌 35.6배로 수정됐다.
그러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1조3,808억 원'이라는 재산 분할액 결론은 바꾸지 않았다. 항소심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 오기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치명적 오류'라며 반발해 재항고했다. 최 회장 측은 SK 성장과 관련해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기여분을 토대로 재산분할액을 산정한 것이라면, 전제가 되는 숫자가 틀린 경우 결론 역시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혼 본안 소송 상고심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이다. 이 사건 심리불속행 기한은 다음 달 8일까지다. 이때까지 기각 결정이 나지 않는다면, 대법원은 해당 이혼 소송에 대한 여러 쟁점을 두고 구체적인 심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