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보라색 풍선을 손에 든 시민들이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모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유가협)는 2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기도회를 연 후 대통령실과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참사 당일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인 오후 6시 34분에 시작된 추모대회에는 약 2,000명의 유가족과 시민이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대형 스크린에 희생자들의 생전 사진이 뜨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30초간 묵념 후 열린 추모공연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연주되자 시민들은 눈물을 훔쳤다.
유가협의 인사를 시작으로 4·16 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2년 전 그날 밤은 한없이 어둡고 무서운 긴 터널이었다"며 운을 뗀 이정민 유가협 위원장은 "소중한 아이와 이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4월의 세월호, 10월의 이태원, 수없이 일어난 사회적 참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정치권에선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소모하는 걸 그만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송기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은 "앞으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이라는 위원회의 역할을 충실하게 지켜 왜 희생자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는지 반드시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참사 생존자 이주현(29)씨도 지난해에 이어 추모대회에 참석해 정부에 적극적인 피해자 조사를 요구했다. 이씨는 "수동적인 피해자 조사 탓에 그날 현장에 있던 수많은 생존자, 부상자가 방치되고 있다"며 "정부가 숨겨진 피해자를 찾아내 진실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들이 고통을 감내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여러 재난·참사에 대한 기억과 교훈을 새기기 위한 부스와 쪽지를 남기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스카프를 두르고 이곳을 찾은 시민 이모(67)씨는 "남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생각에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어서 들렀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1시59분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개 종단(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불교) 기도회를 열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불교 예식을 진행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시경 스님은 "우리가 가장 원하는 건 진실을 밝히고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 요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모친 박영수씨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지 2년이 됐지만, 아직 누구도 그날의 희생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며 "일상이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날까지 진실을 향해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