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갑 채워 호송된 전광훈, 국가가 배상해야"

입력
2024.10.26 11:56
"도주 우려 없는데 신체 자유 과도하게 침해"

경찰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게 수갑을 채운 것을 두고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최파라 판사는 전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갑을 채울 당시 전 목사에게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 목사는 당시 사랑제일교회의 담임목사로 교회 사택에서 약 20년간 거주 중이었기 때문에 주거가 부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에 자진 출석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에도 자진 출석한 것을 보면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주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반드시 수갑을 채우도록 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도 헌법을 위반, 이를 근거로 한 수갑 사용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 적법절차 보장에 따라 피호송자를 호송할 때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 최소 한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해당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피호송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전 목사는 2019년 10월 3일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에서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죄 등)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돼 2020년 1월 2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경찰은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진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치 장소인 서울 종로경찰서까지 호송하는 동안 전 목사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에 전 목사는 손해배상 소송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지난 2021년 이를 인권 침해로 인정했다. 인권위 권고로 경찰청은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개정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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