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스태프 밥까지 신경 쓴 선생님" 영정 속 환하게 웃음 김수미 추모 물결

입력
2024.10.25 16:49
"불의 못 참던 여장부" "늘 웃음 주려 했던 후배"
온라인에도 추모글 잇따라

"잠시나마 '엄마'라고 불러봤던 선생님이죠. 온 스태프들 밥까지 신경 쓰셨던 사랑 많은 분이셨고요."

배우 이은율은 25일 별세한 선배 김수미(본명 김영옥)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은율은 김수미와 뮤지컬 '친정엄마'에 함께 출연했다.

정 많았던 배우의 사망 소식에 연예계에선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배우 강부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서 만나 '언니~'라며 정겹게 인사하던 모습이 생각나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늘 주변을 정성스럽게 챙겼던 의리 있고 여장부 같았던 친구"라고 후배와의 기억을 떠올렸다. 김수미와 22년 동안 MBC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했던 최불암은 "김수미는 촬영장에서 늘 웃음을 주려고 애썼던 후배"라고 기억했다.

후배들은 따뜻했던 김수미를 잊지 못했다.

방송인 현영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챙겨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마음이 너무 먹먹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영미 전 아나운서는 "칠순 잔치 때 가 보니 진짜 따끈한 밥에 손수 만드신 간장게장과 보리굴비를 한 상 차려 내오셨다. 한국의 유명 배우, 가수들은 다 와 있었다"며 "얼마나 많이 베풀고 사셨는지 그 품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빈소엔 애도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원일기'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일용이' 박은수를 비롯해 염정아와 신현준 등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온라인엔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글이 쏟아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전원일기'의 일용엄니로 시작해 '마파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 '안녕 프란체스카'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셨다" 등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빈소에 마련된 영정 사진에서 김수미는 목도리를 두른 채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김수미는 생전에 출연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죽으면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가면서 웃을 수 있는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며 "상여가 나갈 때 곡소리도 나기 마련인데 나는 춤을 추며 보내줬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갔구나' 그렇게 보내주면 된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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