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양호한 흐름"... GDP 0.1% 충격에도 정부 '경제 낙관론'

입력
2024.10.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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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분기 수출, 전년 대비 증가율 6.5%"
우석진 교수 "올해 2% 성장 어려울 것"

"수출과 내수 흐름을 감안할 때 현 상황을 경기침체의 문턱으로 규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3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치자 기획재정부가 25일 낸 설명자료의 일부다. 전날 발표한 3분기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에 머무는 등 성장률 '쇼크'에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는 '우리 수출은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에서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한 것은 6개 분기 연속 증가한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현대모비스 계열 부품사 등 주요 자동차업체의 파업이 일시적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준 것일 뿐, 수출은 대체로 양호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 3분기 수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6.5%)을 제시했다. 최근 10년(2015 1분기~2024년 2분기)의 평균(3.2%)과 비교하더라도 두 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회복세가 굼떴던 내수도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완화하고, 기업실적과 가계소득이 증가하면서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3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5%, 설비투자는 6.9% 상승했다.

이와 달리 일부 전문가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며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 문턱에 섰거나 들어간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2분기 때 0.2% 역성장을 한 데다, 연 2%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려면 분기마다 약 0.5% 성장해야 하는데, 3분기 0.1% 성장에 그친 건 경기침체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기침체를 선언하는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통상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경기 후퇴로 정의한다. 우리보다 GDP가 16배 더 큰 미국도 경기침체의 기준이 이러한데, 경제 규모가 더 작은 한국은 이를 참고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다. 위험 요인이 산적해 있다. 미국 대선 이후 국제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는 더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악화하고 있으며, 중국 경기 부진은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3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쳤다는 건 통상 예상하는 성장률을 크게 하회한 것"이라며 "'상고하저' 흐름으로 보면 수출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는 어려울 게 자명하고, 목표했던 2%대 성장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년 연속 '세수 펑크'도 불안 요소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지방교부세 등이 다시 불용 처리되면, 시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내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내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 건 분명하고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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