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차관이 '러 파병' 북한군 훈련 총책"... 외신 "파병, 김정은엔 '생존'의 길"

입력
2024.10.25 18:34
우크라군 "러 동부 기지 5곳서 훈련" 주장
푸틴, 파병 부인은 안 해 "우리가 알아서"
"우크라에 평화" 유엔총장 발언엔 '웃음'
"김정은 파병 대가로 푸틴 '뒷배' 삼을 것"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훈련시킬 총책임자에 러시아 국방차관이 임명됐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서 나왔다. 국제사회가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잇따라 공식 확인하고 있는 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어 '북한군이 조만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에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북한군, 방한복 등 지급받아"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은 이날 "러시아에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한 북한군 약 1만2,000명이 파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에 이미 도착한 북한군 선발대는 △우수리스크 △울란우데 △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이옙카 등 동부 기지 5곳에서 훈련 중이라고 한다.

HUR은 그러면서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북한군 훈련 및 통제 책임자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2019년 7월 국방차관에 오른 옙쿠로프는 조카가 2022년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러시아로부터 탄약과 침구류, 방한복, 위생용품 등 훈련에 필요한 물건들을 이미 지급받았고, 규정에 따라 한 달에 휴지 50m, 비누 300g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상세한 설명도 HUR은 덧붙였다.

푸틴, 북 파병 사실상 '인정'

푸틴 대통령도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북한군 파병 정황을 보여 주는 위성사진에 대한 질문에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라며 "사진들이 있다면 분명 무언가를 반영한다"고 답했다. '푸틴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게다가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하원의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비준안 통과를 언급하며 "북한과 무엇을 할 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에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연설하자, 그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불행히도 가정에선 종종 다툼과 소란, 재산 분할, 가끔은 싸움도 일어난다"고 맞받았다. 국제사회를 향해 '참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 파병 통해 대미 협상력 키울 것"

북한군 첫 병력이 최대 격전지 쿠르스크주(州)에 24일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은 국제사회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어 "북한이 전투에 참여한다면 그들은 공동 교전국이 된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장관은 25일 "북한 병사가 러시아 동부에 파견돼 훈련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외신들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가' 분석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생존의 길'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는, '푸틴'이라는 친구를 얻었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시드니 세일러 수석고문의 발언을 전했다.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현대화된 군사 기술 등을 제공받아 대(對)미국 협상력을 키우게 됐다는 얘기다. 북한으로선 러시아를 좀 더 확실한 '뒷배'로 삼게 된 셈이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