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북한군 27, 28일 전투 지역 투입될 듯"... 푸틴 "북러 군사 협력, 우리가 결정"

입력
2024.10.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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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군 "러 동부 기지 5곳서 훈련" 주장
푸틴 "상호 군사 지원 적용, 주권적 결정"
"우크라에 평화" 유엔총장 발언엔 '웃음'
"김정은 파병 대가로 푸틴 '뒷배' 삼을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27, 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에 대해 "양국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군의 '직접 참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푸틴도 '북한군 러 파병' 사실상 인정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27, 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확전"이라며 서방을 향해 "러시아와 북한에 '실질적 압박'을 가해달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틀 연속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25일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아1 인터뷰에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의 상호 군사지원 조항과 관련, "언제 어떻게 적용할지는 러시아와 북한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그 판단은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24일에도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 정황 위성사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위성사진은 진지한 것"이라며 "사진들이 있다면 분명히 무언가를 반영한다"고 답했다. '푸틴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러 조약 비준안의 러시아 하원 통과를 언급하면서 "북한과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 발언은 국제사회에 '참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에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고 연설하자, 푸틴 대통령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불행히도 가정에선 종종 다툼과 소란, 재산 분할, 가끔은 싸움도 일어난다"고 맞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훈련 총책은 러 국방차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훈련시킬 총책임자에는 러시아 국방차관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이날 "러시아에 장성 3명과 장교 500명을 포함한 북한군 약 1만2,000명이 파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에 이미 도착한 북한군 선발대는 △우수리스크 △울란우데 △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이옙카 등 동부 기지 5곳에서 훈련 중이라고 한다.

HUR은 그러면서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북한군 훈련 및 통제 책임자로 임명됐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러시아로부터 탄약과 침구류, 방한복, 위생용품 등 훈련에 필요한 물건들을 이미 지급받았고, 규정에 따라 한 달에 휴지 50m, 비누 300g을 받게 될 것이라는 상세한 설명도 HUR은 덧붙였다.


"북한, 파병 통해 대미 협상력 키울 것"

북한군 첫 병력이 최대 격전지 쿠르스크주(州)에 23일 배치됐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은 국제사회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어 "북한이 전투에 참여한다면 그들은 공동 교전국이 된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대가' 분석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선 '생존의 길'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에 대한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는, '푸틴'이라는 친구를 얻었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시드니 세일러 수석고문의 발언을 전했다. 이번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현대화된 군사 기술 등을 제공받아 대(對)미국 협상력을 키우게 됐다는 얘기다. 북한으로선 러시아를 좀 더 확실한 '뒷배'로 삼게 된 셈이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