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도 했는데... 용산서는 왜 문다혜 택시기사 한의원을 압수수색했나

입력
2024.10.25 17:38
경찰 안팎 "이례적 강제 수사" 평가
반면 사회적 관심도 매우 높은 사건
수사 완결 위한 불가피 조치 해석도

경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의 음주운전 의혹과 관련해 사고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방문한 한의원을 압수수색했다.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진료 여부 등만을 확인하는 통상적인 교통사고 조사 절차와 달리, 경찰이 진단서 확보를 위해 병원에 대한 강제수사까지 나선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틀 전인 23일 경기 양주시의 한 한의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택시기사의 상해 진단서 등 자료를 확보해 피해자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고 문씨에게 적용할 최종 혐의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안팎에선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의료법상 수사기관이 타인의 진료기록을 확인하려면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고조사에선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다수고, 다친 곳이 없다며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도 병원을 방문해 진료 여부 등만 확인한다고 한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사고가 경미해 육안으로 부상인지 확인되지 않고 피해자가 굳이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해로 보지 않는다"며 "피해자와 합의까지 했는데 압수수색을 하는 건 좀 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 과장 역시 "보험 사기 사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해 진료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확실한 수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을 거란 반응도 있다. 전직 대통령 자녀의 음주운전 사건인 만큼 사회적 관심도가 커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종결해야 '뒷말'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문씨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그보다 처벌 강도가 높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심이 깊은 상황이었다.

특히 최근 병원들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수사협조에 부정적인 데다, 정형외과처럼 일반 병·의원과 달리 한의원의 경우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압수수색 외엔 택시기사의 부상 정도를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한국교통사고조사학회 회장을 지낸 이광우 전 경찰인재개발원 교통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목을 끄는 사건인 만큼 압수수색을 안 하면 도리어 봐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우선 진료기록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고 정확하게 수사를 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승엽 기자
김태연 기자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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