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감독 선임 불공정’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4일 ‘현대가(家)의 협회 장기집권’ 지적에 “(현대 계열 기업들이) 매년 축구계에 1,500억 원 투자하는 부분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장직 4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3연임 중인 정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에 끝난다.
정 회장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현대가가 31년째 협회를 사적으로 장악했다. 이제 (정 회장이)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는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계속 현대, 현대 말씀하시는데 경제적으로 계열이 다 분리돼 있고 굳이 말씀드리면, (범현대가에서) 현재 남녀 프로팀 4개 이상을 운영하고 연령별 대표팀도 1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프로 구단은 K리그 전북 현대, 울산 HD, 부산 아이파크와 여자실업축구 인천 현대제철이다. 축구협회는 1993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조중연 회장(2009년) 재임기 4년을 제외하곤 31년간 범현대가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의 이날 발언은 범현대가가 축구계에 매년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그 업적을 인정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를 입증할 자료 제출을 요구받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확한 액수를 묻는 같은 당 양문석 의원의 질의에는 “1,500억 원인지 2,000억 원인지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는데 상당하게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핸드볼 선수 출신인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현대 계열사가) 수많은 축구 팀을 운영하고 FIFA(국제축구연맹) 후원금도 상당히 많다. 또 비인기 종목을 후원해 우리나라 스포츠가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라섰다”며 “잘못된 부분은 지적해야 하지만 잘한 부분은 잘했다고 칭찬해야 한다”고 정 회장을 두둔했다.
정 회장은 이날 4선 도전 여부를 묻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4선에 도전한다는 말을 어디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잘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