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몸빼바지' 입고 '일용엄니'로... 파격으로 정겨움 준 김수미

입력
2024.10.25 11:31
25일 별세
'전원일기'서 22년 동안 시골 할머니 역할
50대엔 '처녀 귀신' 역
나이 뛰어 넘은 파격 연기로 시청자에 웃음 줘

1980~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을 맡아 친숙한 배우 김수미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이날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김수미는 심정지로 이날 오전 8시쯤 사망했다. 김수미가 서울 서초구 소재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돼 그의 아들이 119에 신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김수미는 앞서 7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김수미는 서민 연기를 정겹게 한 배우였다. 그는 '전원일기'에서 시골 할머니 일용엄니 역으로 22년 동안 나왔다. 처음 출연했을 때 그의 나이는 29세. '전원일기'에서 그의 아들로 나온 배우 박은수와 '둘이 사는 역할'이란 말을 듣고 그의 아내 역을 맡을 줄 알았다가 "대본을 받아보니 그의 엄마 역할이었다"고 한 건 익히 알려진 방송가 일화다.

대본을 받고 놀란 마음도 잠시, 그는 흰머리 가발을 쓰고 얼굴에 주름 분장을 한 뒤 '몸빼바지'를 입고 동네를 오가며 구수한 입담을 선보였다. 데뷔 당시 이국적인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시골 할머니 역을 강렬하게 소화하고 연기력을 인정 받은 그는 1986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수미는 '전원일기' 이후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 조직 폭력배 가문의 수장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선 지적장애 아들을 둔 순수한 시골 어머니 역을 각각 맡았다.

이처럼 김수미는 나이를 뛰어넘는 파격 연기의 아이콘이었다. 50대엔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처녀 귀신' 연기도 하며 코믹 연기도 주저하지 않았다.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활약했다. 건강 문제로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 전인 4~5개월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 '친정엄마'로 무대에 올랐고, KBS2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에 출연해 웃음을 줬다.

김수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전원일기'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선, 후배 배우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원일기'에서 그의 며느리 역을 맡았던 배우 김혜정은 한국일보에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는데 (김수미의 별세가) 믿기지 않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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