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만치니 감독, 결국 성적 부진으로 경질

입력
2024.10.25 14:15
카타르 아시안컵 '조기 퇴근' 논란 빚은 데 이어
성적도 계속 부진... 1년 2개월 만에 지휘봉 내려놔


전 세계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는 25일(한국시간) 축구대표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만치니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 관계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28일 사우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2개월 만이다. 계약기간 4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된 셈이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해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에서 사임한 뒤 사우디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사우디 측은 3,000만 유로(약 448억 원)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치니 감독이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받던 연봉의 10배 수준일 뿐만 아니라 여느 유럽 축구 명장들과 겨눠도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 대표팀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A매치 20경기에서 8승7무5패를 기록하면서 승률이 40%로 떨어졌다. 특히 이달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2연전에서 1무1패를 기록해 사우디 내에서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지난 16일 바레인과의 홈경기에선 비난과 야유를 쏟아내는 팬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가 불행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라며 "경기가 끝난 뒤 화가 났지만 이것이 축구다"라고 답해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때의 기행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만치니 감독은 당시 한국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를 끝까지 보지 않고 '조기 퇴근'해 논란을 빚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만치니 감독은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누구든 존중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우디 축구협회 등에선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만치니 감독의 후임으로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도 거론됐었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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