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신고가 기록이 잇따랐던 서울 강남 아파트시장도 최근 하락 거래가 나오는 등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셋째 주(2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9% 올라 3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상승폭이 0.1% 아래로 내려온 건 6월 첫째 주(0.09%) 이후 20주 만에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0.09%)도 전주(0.1%)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0.23%), 성동구(0.19%), 용산구(0.18%), 서초구(0.13%) 등이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성동구와 관악구(0.03%)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전주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 강남 3구의 상승폭이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서초구는 7월 셋째 주(106.5) 전고점(매매지수 106.2·22년 7월)을 넘어선 뒤, 8월 셋째 주 0.59% 뛰며 근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번 주엔 두 달 만에 집값 상승폭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송파구는 이번 주 0.07% 상승에 그쳐 8월 둘째 주(0.58%)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구도 두 달 전(0.46%)보다 상승폭이 반토막 났다.
서초(7월), 성동(8월), 강남과 송파(9월)에 이어 용산구(105.9)도 이번 주 전고점(105.8·22년 6월)을 넘어섰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빠르게 뛰자 시장에선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역력하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상급지로 갈아타기 수요도 줄면서 집값 상승폭이 꺾였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부 선호단지의 매매 수요는 여전하나 대출 규제 영향과 매도·매수인의 거래 희망가 격차 지속으로 매물 적체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기준 집주인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7,200여 건으로 한 달 전(8만2,000여 건)보다 5.3% 많아졌다. 반면 아파트 거래는 크게 줄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873건(계약일 기준)으로 전달(6,324건)에 견줘 반토막 났다. 이날 기준 10월 거래량은 1,265건에 그친다. 내달까지 신고 기간이 남았음을 감안해도 9월 거래량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집값 하락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 설명이다. 마포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 대부분 은행 금리가 내려가면 다시 집값이 뛸 걸로 보고 웬만해선 호가를 낮추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집값 상승폭 둔화, 매매 거래 회복이 지연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