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측을 겨냥한 '딥페이크' 공격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6년 수천 명의 경찰과 연방요원, 판사의 기밀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러시아로 도피한 미국인이 딥페이크를 만들어 퍼뜨리는 과정에 러시아 당국이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카운티 보안관 출신 존 마크 두건이 러시아군정보총국(GRU)과 직접 협력해 해리스 측을 겨냥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유럽 정보기관이 입수한 150여 건의 러시아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
WP 등에 따르면 두건이 최근 만든 딥페이크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고등학교 교사 시절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한 명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주장을 담은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하루도 안 돼 엑스(X)에서만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한 실제 인물이 “자신의 사생활이 도용됐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정교하게 조작된 가짜 영상임이 밝혀졌다.
두건은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대가로 GRU 고위인사 유리 코로셴키로부터 돈을 받았다. 복수의 유럽 정보기관 관계자는 “코로셴키는 서방을 겨냥한 사이버전쟁을 감독하는 GRU 29155부대 소속”이라고 WP에 전했다. 두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두뇌’라고 불리는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 설립한 모스크바연구소의 감독과 통제를 받기도 했다.
두건이 지난해 9월부터 만든 가짜뉴스와 영상은 지금까지 6,4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상 허위정보를 추적하는 뉴스가드의 매켄지 사데기 연구원은 “두건은 무엇이 서구의 시민들과 정치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 더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두건은 팜비치 보안관으로 일할 당시 11번의 내사를 받은 뒤 해고됐다. 이후 웹사이트에 자신을 해고한 상급자들이 부패와 범죄를 저질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소되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삭제해 주는 대가로 7만5,000달러(약 1억 원)를 받기로 한 문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6년 기밀자료 유출과 관련해 갈취 및 도청 혐의로 21개 주에서 기소되자 모스크바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