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로톡 변호사' 징계한 대한변협 10억 과징금 취소

입력
2024.10.24 17:43
공정위가 작년 부과한 법정 최고 과징금
법원 "처분 불명확... 공정위, 재량권 남용"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게 탈퇴를 강요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법정 최고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법원이 이 과징금을 취소했다. 법원은 변협 징계 결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없는 반면, 공정위 제재는 그 대상이 불명확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정준영)는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24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원고들에게 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공정위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로톡은 2014년 소비자가 이혼·상속 등 특정 사건을 검색하면 맞춤형 변호사를 안내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출범했다. 맞춤형 광고를 플랫폼 상단에 노출시키는 대가로, 로톡은 일정 금액을 변호사들로부터 받았다. 출범 초기 법률 서비스 문턱을 낮추고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을 수월하게 해준다는 호평을 받았다.

변협은 그러나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등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금품을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변협은 2021년 광고 규정을 만들어 로톡 가입 금지를 명문화하고 탈퇴 요청 공문을 보내 이에 응하지 않는 변호사 9명에게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로톡 측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는 2년의 검토 끝에 로톡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변협과 서울변회의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과징금 상한액인 10억 원을 각각 부과했다. 변호사단체가 로톡 이용을 막아 변호사들의 자유로운 영업 활동을 방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이에 변협은 "징계는 변호사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여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즉각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은 1심의 성격을 갖고 있어, 공정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이의 사건은 곧바로 고법에 배당된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변협 징계로 변호사들이 손해를 입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법상 금지되는 변호사 광고를 정할 때는 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며 "변협 처분에 절차적 하자는 없다"며 변협 징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어 설령 변협의 '로톡 탈퇴 강요'에 타당한 이유가 부족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보더라도, 공정위 제재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이 주문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고 구체적이지 않으며, 과태료 부과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선고 직후 서울변회는 "이제부터는 변호사 광고규정을 명확히 위반하고 있던 법률플랫폼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판결 이유 등을 분석한 후 상고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변협이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게 내린 징계 결정을 지난해 9월 취소했다. 당시 변호사징계위는 로톡이 소비자와 변호사 연결 통로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쳐, 변협 규정 위반까지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최다원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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