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광군제가 키운 '11월 쇼핑 대전', 알리도 참전…사활 건 이커머스

입력
2024.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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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할인 행사 앞두고 바쁜 이커머스
업체 간 실력 판가름, 시장 앞설 기회
'광군제 할인' 중국 이커머스 예의주시



11번가, 지마켓 등 주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연중 최대 할인 행사를 벌이는 '11월 쇼핑대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열흘 정도 이뤄지는 이번 행사를 올해 여름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어수선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승부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몸집을 더욱 키운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도 유통업계가 11월 할인에 집중하는 이유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11월 1~11일 삼성전자 등 전년 대비 60개 늘어난 200개 메인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 할인 행사 '그랜드 십일절'을 실시한다. ②지마켓과 쓱닷컴은 다른 신세계그룹 계열사와 함께 11월 1~10일 '대한민국 쓱데이'를 열고 각종 특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쇼핑 비수기 11월, 지갑 열린 건 '이때'



쇼핑 대목인 여름 휴가철·추석 연휴와 연말 사이에 껴 있어 소비자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11월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2010년대 초반이다.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개시하는 미국 최대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블프) 기간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직접구매(해외직구)하는 직구족이 늘어난 게 계기였다.

쇼핑 비수기였던 11월에 돈을 쓰는 소비자가 보이자 유통업계는 이 시기에 주목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2009년 솔로를 위해 만든 할인 행사 광군제(11월 11일)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2015년 무렵에는 11월이 쇼핑 성수기로 자리 잡았다. 광군제, 블프에 발생하는 소비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국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11월 초순 대대적인 '한국판 블프·광군제'를 연 게 전환점이었다.

이후 한국판 블프·광군제는 토종 이커머스 간 실력을 판가름하는 진검승부 행사로 통했다.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상품, 새로 뜨는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에 선보이기 위해 1년 동안 공들이고 할인 정보를 전달하는 마케팅에도 화력을 쏟기 때문이다.

올해 11월은 자존심 싸움에 더해 시장 구도를 재편하는 성격까지 지녀, 이커머스 업계는 더욱 바쁘다. 각 이커머스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살 곳 잃은' 소비자를 이번 쇼핑대전에서 많이 유치할수록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고 판단한다.



"11월, 덩치 키우려고 힘 쏟는 시기"



이 업체들은 업계 선두 쿠팡과 격차를 줄일 찬스로도 여기고 있다. ③쿠팡은 열흘 동안 할인을 집중하는 경쟁사와 다르게 11월 동안 상품군을 시기마다 나눠 파는 방식의 할인 행사를 마련했다. 쿠팡은 판매 상품이 워낙 많아 분산 판매한다는 입장이나 다른 이커머스들은 반격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8월 기준 이커머스 업체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순위는 쿠팡 3,211만 명, 알리 875만 명, 11번가 738만 명, 테무 658만 명, 지마켓 530만 명 순이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11월 할인 행사는 인지도, 영향력을 쌓으려고 영업이익보단 거래·매출 등 덩치를 키우기 위해 힘을 쏟는 시기"라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와 경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올해 한국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는 알리, 테무는 광군제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선다. ④알리는 11월 1~18일 현금 1억 원이 걸린 경품 행사를 예고하는 등 광군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⑤테무 역시 최대 90% 할인해 주는 광군제 특별딜을 선보인다.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가 부쩍 성장한 데다 광군제 할인 기간도 겹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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