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당이 총선(27일)을 사흘 남겨두고 상승세를 타면서 집권 자민당을 위협하고 있다.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이 과반(중의원 전체 465석 중 233석)은커녕 200석도 얻기 힘들 수 있다는 예측치도 나왔다. 더욱이 자민당은 최대 약점인 '계파 비자금 스캔들'을 부각할 악재가 추가로 터지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총선에서 자민·공명당 예상 의석수는 194~254석으로 나타났다. 두 당의 기존 의석수(288석)에서 최대 94석을 잃는 결과다. 자민당 예상 의석수는 171~225석으로 조사됐다. 예측치대로 나올 경우 자민당은 2009년 8월 중의원 선거(119석)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을 얻게 된다. 기존 의석수는 256석이다.
일주일 전인 17일 마이니치 여론조사 때만 해도 자민 203~250석, 공명 24~29석 등으로 연립여당이 과반을 확보해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패배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반면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기존 98석)은 의석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예상 의석수는 126~177석으로, 일주일 전 조사(117~163석)보다 10석가량 추가됐다.
자민당의 부진, 입헌민주당의 약진은 '비자금 스캔들 심판론'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지난해 12월 당내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거둔 지원금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추락했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정권 연장을 포기했다.
후임 자민당 총재로 등판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심판론을 막고자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거나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불허했다.
그러나 심판론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마이니치 조사 결과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해당 지역구 44곳에서 자민당은 하락세를, 입헌민주당은 상승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는 "44곳 중 야당 후보 우세 지역구는 이전 조사보다 5곳 늘어 21곳이 됐다"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민당에는 악재가 또 터졌다. 당 본부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하지 않은 의원 지부(한국 지구당에 해당)에 선거 활동비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씩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자민당이 공천한 후보와 똑같은 금액을 지원한 것이다. 지지통신은 "이번 총선의 핵심 쟁점인 비자금 스캔들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자민당 심판론을 키웠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결국 유권자를 속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도 "자민당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