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수준 3분기 경제보다 더 무서운 정부의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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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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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 분기보다 0.1% 성장에 그쳤다. 2분기에 마이너스 0.2% 역성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치이고, 당초 한은이 전망했던 0.5% 성장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한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도 낮춰야 할 처지다.

6분기 연속 성장하던 수출이 마이너스 0.4%로 가라앉은 영향이 컸다. 한은은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 비IT 부문의 부진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 파업과 휴가철이 겹치는 등 일시적 요인도 있지만, 반도체 홀로 이끄는 우리나라 수출 구조 취약성이 근본 원인이다. 반면 수입은 1.5% 늘어나,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0.8%를 기록했다.

3분기 내수회복 속도도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5% 증가를 기록해 지난해부터 좀처럼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소비는 의료대란으로 건강보험 급여비가 늘며 0.6% 증가했다. 이런 성적표에도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중 갈수록 내수 개선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가 완화하고, 수출기업 실적 개선으로 가계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한국경제인협회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1.8로 비관적이었는데, 특히 전월 대비 4.4포인트 하락해 1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한경협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업 기업들 중 겨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가스를 제외하고 전 분야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수를 이끌 민간 소비 회복이 어렵다면, 정부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나라 곳간 사정 역시 세수 감소로 생긴 구멍을 메울 돈도 찾지 못하는 형편이라 재정지출 확대는 꿈도 못 꾼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제라도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