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파시스트’라고 거듭 몰아붙였다. 백악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트럼프가 민주주의를 파괴할 인물임을 부각시켜 유권자를 돌려세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0.2%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남부 최대 경합주(州) 조지아를 찾아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막바지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았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 부통령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법이나 헌법에 대한 맹세를 어기더라도 자신의 명령에 복종할 군대를 원한다고 했다”며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도 지낸 켈리는 “트럼프가 ‘히틀러도 좋은 일을 했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폭로했다.
해리스는 이어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타운십에서 CNN방송 주최로 열린 타운홀 행사에 출연해서도 ‘트럼프는 파시스트'라고 거듭 규정하며 “트럼프가 점점 불안정해져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는 "지난 한 주간 트럼프는 동료 미국인을 내부의 적이라고 반복해 말했고, 심지어 미군을 사용해 미국 시민을 내쫓겠다고 말했다"며 "이 모든 것이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가세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가 파시스트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전직 대통령(트럼프)은 그가 취임 첫날부터 독재자가 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뉴햄프셔주를 찾아 “트럼프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조지아주 파이크카운티를 찾아 이번 대선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전투표에서부터 자신의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 승리를 일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를 사기라고 비난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기록적인 수로 투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며 “그 수가 아주 크면 조작할 수 없다는 걸 확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일찍 투표하는 것은 좋은 것 같다”며 “나도 사전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측이 ‘미국의 안보를 강화할 리더’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반전을 꾀하는 데 대해서도 맞불을 놨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자신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종식시킬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멈추고 싶다”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한다면 모든 게 완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