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공주 야산서 '대마 농사' 친구들...잠복 경찰에 '덜미'

입력
2024.10.24 15:54
세종 거주 '친구 사이' 50, 60대 남녀 구속
대마 67주, 건조 대마잎 2.3kg, 씨앗 압수

산속에서 대마를 몰래 재배하던 일당이 검거됐다.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깊은 산속에 심고, 경작지를 소규모로 여러 곳에 두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산에서 잠복하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대마를 밀경작하고 일부 수확한 대마잎과 종자를 거주지에 보관해 온 A(57·남)씨, B(61· 여)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친구 관계인 두 사람은 4월부터 세종시 전동면과 충남 공주시 우성면 소재 인적이 없는 산에 대마 67주를 재배했다. 일부는 수확해 건조한 대마잎 2.3㎏, 종자 57g을 거주지 아파트 김치냉장고와 신발장, 에어컨 실외기실 등에 판매할 목적으로 보관해 왔다. 경찰이 압수한 대마는 시가 3억4,000만 원, 4,600명이 동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배 및 소지, 보관을 금지하는 탓에 통상 실내 재배 경향을 보인다”며 “그러나 이들은 산지를 개간해 대마를 재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작지는 깊은 산속의 임도에서도 50m가량 더 들어간 곳이었다.

수사는 한 등산객의 제보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8월 말 ‘얼마 전 산에서 대마초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 야산에 식재된 대마 55주를 확인했다. 대마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33㎡(10평) 남짓한 크기의 여러 밭에 나누어져 재배되고 있었다.

경찰은 이후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주기적으로 임도에 진입하는 차량을 압축했고, 잠복 수사로 뒤를 밟아 용의자들을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를 나서는 두 사람을 따라간 결과, 해당 재배지로부터 30㎞가량 떨어진 충남 공주시 우성면의 한 야산에서도 12주의 대마를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지난 16일 주거지와 휴대폰, 재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심은 대마가 아니라, 야생에서 자라던 것을 우연히 발견했고, 씨앗을 받아 재배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재배 방식과 말린 대마잎의 상품성으로 보아 전문적으로 이뤄진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대마 묘목 구입처 및 대마 판매처, 수익금, 대마 구매자 및 사용자에 대해 추가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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