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4일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직접 공급'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국방·방산 정례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안보·국방 분야 협력 강화에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두다 대통령과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밀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지리적 이유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긴밀한 이해당사국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도발, 그리고 러시아와의 불법 군사협력을 강력한 어조로 규탄했다"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유엔 헌장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국은 북한 비핵화 달성과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도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단계적 대응 방침'을 재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원칙으로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과 에너지, 첨단산업 등 전략 분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도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의 중인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을 포함해, 한-폴란드 방산 협력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FA-50 경공격기 등 총 442억 달러 규모의 무기체계 수출 총괄계약을 맺은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평화 회복과 전후 재건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며 "저는 두다 대통령님에게 이에 입각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 폴란드와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협력 확대 △배터리, 미래차,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 R&D 협력 확대 △수교 35주년 기념 문화·예술 행사 개최에도 합의했다. 폴란드 코닌시 신규 원전 사업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두다 대통령은 "코닌 원전 건설 계획은 민간 기업이 주도한다"며 "폴란드 정부나 대통령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폴란드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두다 대통령의 방문은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의 폴란드 국빈급 공식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두 사람의 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