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둔 대통령실 상공에 뿌려진 北 삐라...GPS 달고 더 교묘해졌다

입력
2024.10.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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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 2시 30분경 전단 실은 풍선 20개 살포
윤 대통령 부부 원색 비난... '남남갈등' 유발 목적
北, 올해 들어 서른 번째 부양...위치 정확도 높아져

북한이 쓰레기 풍선에 담아 보낸 대남 전단지(삐라)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경내로 떨어졌다. 전단지엔 윤석열 대통령을 '온전치 못한 반푼이'로, 김건희 여사를 '현대판 마리 앙뚜안네뜨(앙투아네트)'로 희화하는 등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쓰레기 풍선 도발 주기가 점차 잦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을 노린 '맞춤형 전단지 살포'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합참)와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북한은 새벽 2시 30분쯤 쓰레기 풍선 20개 정도를 띄웠다. 그중 절반 정도인 10여 개가 대통령실 경내와 주변 거리를 포함, 수도권으로 낙하했다. 쓰레기 풍선 내용물이 대통령실로 낙하한 건, 7월 24일 이후 두 번째다. 합참과 대통령실 측은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날 최소 7종의 손바닥 크기의 양면 인쇄 전단을 확인했다. 특히 대통령실로 떨어진 전단지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윤 대통령을 '대파값도 모르는 무지한'이라고 지칭했고, '국민보다 배우자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김건희 여사는 착용한 액세서리 가격을 적시하며 '사치와 향락의 대명사'라고 희화화했다. '건희 왕국'이라는 표현도 눈에 띄었다. 그 밖엔 자살자 수, 실업과 저임금, 노동재해, 물가폭등, 검찰독재 등 국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이번 윤 대통령 내외 비난 전단지 살포는 북한이 제기한 남측 무인기의 '김정은-주애' 모녀 비판 전단지 살포 주장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 상공에 남측 무인기가 침투, '김정은-주애' 모녀를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이 공개한 전단지 사진엔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명품 시계와 딸 주애의 디올 패딩 등 명품 치장 내용이 담겨있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내용상 대통령 부부를 비판, 조롱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 부녀의 사치성을 조롱한 무인기 전단에 대한 맞대응 측면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통령실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확히 대통령실 상공에서 풍선을 터뜨려, 대통령 내외를 비난하는 전단지를 살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 오후에는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폴란드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공식 환영식 도중 식장 주변으로 미처 수거하지 못한 전단지가 여러 장 날리기도 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기술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30차례에 걸쳐 북한이 띄운 풍선은 총 6,350여 개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기폭장치가 탑재된 풍선이 확인되기도 했다. 위치 정보를 누적 확보한 북한이 풍향에 따라 부양 지점을 이동하고, 풍속에 따라 기폭장치 타이머를 설정해 원하는 지점에 전단지 등 비산물이 떨어지도록 설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시간이 갈수록 숫자가 많아지고, 장소도 의도한 대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 풍선에 무엇을 실어 보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한층 높인다. 초창기에는 퇴비, 담배꽁초, 종이, 플라스틱병 등 진짜 '쓰레기'를 보냈지만, 최근 들어 북한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깨끗한 포장지를 보내고 있다. 쓰레기 풍선에서 전단지 풍선, 그 이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합참은 이에 "북한은 오늘 국군통수권자를 비방하는 조잡한 수준의 전단까지 보냈다"라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