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의뢰인에게 "감방 보낸다" 협박… 의료계 측 변호사 '공갈미수' 유죄

입력
2024.10.24 13:41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의료계를 대리해 온 변호사가 과거 다른 의뢰인에게 성공보수를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 변호사에게 17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협박, 고소 등으로 상당 기간 고통을 겪었고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2019년 15회에 걸쳐 옛 의뢰인인 건설사 대표 A씨를 협박해 1억3,000만 원을 받아 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2016년 피해자와 사건 위임계약을 맺었다.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깨도 성공보수는 줘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계약이었다.

문제는 2년 뒤 발생했다. 이 변호사의 업무처리에 불만을 품은 A씨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자, 이 변호사는 A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건을 맡으며 알게 된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성공보수를 주지 않으면 고소하고 압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A씨의 분쟁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도, 그는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며 보수를 요구했다. 성공보수금 1억 원과 사과사례금 3,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개망신 당하고 감방 가게 해드리겠다'는 등 문자를 보냈다. 실제 사기 등 혐의로 고소도 진행했지만, 불기소·각하처분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이 변호사는 "공갈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 또한 법률을 잘 아는 사람이어서 내 문자로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이 변호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문자메시지 전송과 형사 고소 등은 권리 방어 차원이었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재판부는 "감옥 갈 수 있게 하겠다며 위세를 과시했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위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며 "성공보수금 채권이 구체화되지 않은 시기에 피해자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1억3,000만 원을 요구했다"고 질타했다.

이번 형사재판 결론에 대해 이 변호사 측은 "민사소송과 다른 논리에서 선고된 비합리적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그는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는 2021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위임계약을 깬 A씨가 2,695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민사소송에서 승소 후 돈도 받았는데 검찰이 공갈미수로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동고소인이 증인 불출석 사유서에서 '사건을 잘 모른다'고 한 부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형사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현재 이 변호사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을 대리해 정부를 상대로 다수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다원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