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내면 가짜 초청장에 대사관 전화까지 'OK'… '불법 입국 위조책' 일당 검거

입력
2024.10.24 13:38
한국 귀화 파키스탄인 브로커 인터폴 수배
난민 신청 제도  악용… "10년도 체류 가능"

기업 초청장을 가짜로 만들어 외국인들을 불법 입국시킨 위조책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1계는 2022년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단기 상용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외국인들을 불법 입국시켜 온 파키스탄 국적의 문서 위조책 4명을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주범 격인 A(46)씨는 구속됐다.

경찰은 해외에 있는 현지 브로커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파키스탄 출신인 B, C씨는 한국에 귀화했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이중국적자로 조사됐다. 브로커를 통해 비자 발급을 의뢰하고 국내로 불법 입국한 외국인 29명 중 D(37)씨 등 18명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아직 붙잡히지 않은 11명은 출국정지 후 수배 중이다.

A씨 일당은 건당 1만 달러(약 1,380만 원)에서 1만3,000달러(약 1,790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국내 중소기업 명의의 초청 서류를 위조해 비자를 발급받았다. 허위 초청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업체당 인원을 3, 4명으로 한정하고, 초청인 연락처에 대포폰을 기재해 재외공관의 확인 전화를 받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동종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서위조책들은 A씨와 A씨 조카, 전처 등 가족으로 구성됐다.

외국인 29명은 파키스탄 현지 브로커 B, C씨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단기사증 발급을 의뢰했다. 브로커들은 다시 A씨 등에게 신원보증서, 사업자 등록증 등 서류 위조를 맡겼고, 주두바이한국대사관 등 4개소에서 사증을 발급받았다. A씨 등은 의뢰받은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배송 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외국인들을 만나 수수료 3,000달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증서류까지 위조해 공관에서는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난민신청제도도 악용했다. 난민신청제도는 난민법과 국제협약에 따라 체류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소관 부서에서 난민자격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 기간에는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이 점을 악용해 체류자격을 연장, 외국인들이 불법 취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위원회 심사 기한도 따로 없고 행정소송도 3심까지 가면 몇 년이 걸리는 데다 난민 사유를 바꿔 재신청하고 받아준다"며 "10년도 체류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비자 발급 심사를 이원화해 초청 사실이 맞는지 등 실사 과정을 거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외교부에 의견을 통보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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