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북 영주 전통시장 중의 한곳인 중앙시장. 구수한 민요나 트로트가 제격일 법한데 인디밴드 연주가 울려퍼진다. 그 앞 공간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국내 대표 인디 밴드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영주 중앙시장이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지역의 사과 맛을 머금은 '힙'한 브랜디(과실주를 증류해 바리크에서 숙성시켜 만든 증류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리쿼스퀘어라는 소셜벤처가 있다. 영주에 공장을 둔 SK스페셜티가 50억 기부금을 출연해 사회적 가치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소셜벤처를 발굴·육성하는 STAXX 프로젝트에 선발된 기업 중의 하나이다.
리쿼스퀘어는 한 때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곰표 맥주'를 개발한 김교주, 박진성 공동대표가 세운 법인이다. 이들은 중앙시장에 양조장을 설립하고 영주사과를 원료로 한 브랜드 '밀라플라'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지역민과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그들의 포부이다.
밀라플라는 영주에 있는 동명의 유명 카페와 협업해 탄생한 브랜디이다. 영주의 품질 좋은 사과를 원액으로 만든 뒤 중앙시장을 포함한 지역 음식점과 가게만을 대상으로 1차적으로 유통할 작정이다. 지역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관광객들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영주의 특산품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초기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다.
한발 더 나아가 중앙시장을 거점으로 지역 맞춤형 주류 타운을 함께 조성할 청년기업들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STAXX프로젝트에 선발된 F&B 소셜벤처인 비네스트와 인근 시장에서 영업하는 한식 다이닝 정글밥 등 5개 이상 업체가 들어올 예정이다. 리쿼스퀘어의 주류와 다양한 식음료가 결합된 일종의 먹거리 타운을 만들겠다는 것. 영주만의 색다른 주류와 음식을 즐기는 '핫 스팟'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리쿼스퀘어는 펀딩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유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영주시에서도 리쿼스퀘어의 취지에 공감하고 여러 지원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스퀘어는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전통시장으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지난해부터 특별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 12, 13일에는 '오픈 인디 도어'라는 이름으로 뮤직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영주에서 기업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청년기업 '현 스튜디오'와 부동산 스타트업 '우당탕 컴퍼니'를 새로운 파트너와 선정해 공동 개최했다. 낙후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취지에 공감한 젊은 사업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에는 최낙타, 윤딴딴, 요다영, 다양성 등 현재 인디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1팀이 참여했다. 오예린과 이풀숲 서예안 등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영주 출신의 아티스트들도 기꺼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공연장은 양일간 8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지역의 새로운 문화 행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는 '영주 어반 버스킹'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했다. 리쿼스퀘어가 설립한 양조장을 지원하는 투자펀드 참여자를 대상으로만 진행했음에도 400여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지역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오픈 인디 도어를 계속 발전시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과 같은 국내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키워보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박진성 리쿼스퀘어 대표는 "지역경제의 한 축인 중앙시장에 첫 양조장을 세우고 영주만의 특별한 브랜디를 선보일 수 있게 돼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여러 청년 기업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시장을 지역 어르신과 MZ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문화 중심지로 키워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