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대신 작은 목소리 전달에 힘쓴 첫 국정감사

입력
2024.10.26 04:30
19면

의원이 되고 첫 번째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라서 의원실마다 좀 더 좋은 질의를 준비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것은 기본에, 밤늦게까지 보좌관들과 함께 자료를 분석하고 검토했다. 선배 의원님들에게 국정감사 준비 잘하는 팁을 듣기도 했다.

국감이 시작하기 며칠 전, 한 기자가 연락이 와서 첫 번째 국정감사를 앞둔 소감과 목표에 대하여 물었다. 아무래도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충격적인 비리 같은 이슈겠지만, 내가 속한 보건복지위원회나 여성가족위원회는 정책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일이 더 많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필요한 정책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는지 점검하고 더 나은 복지정책을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생활에 밀접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슈를 찾아서 변화를 만들고 싶고 연금개혁, 의료대란 이후의 한국의료, 정책의 성평등, 아동의 생존권이나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등을 점검하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이제 국감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목표에 부합했는지 생각해 본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연금을 깎는 자동안정화 장치보다 다른 국가처럼 국고지원을 통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로 여성이 거의 혜택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그 개선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건강권, 성장 호르몬 주사 및 약물 남용 등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아동 관련 문제를 적극 지적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 약속도 받아 냈다. 생리대 과장 광고, 헌혈센터 성희롱 대처 미흡,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병원 이용에서 겪는 어려움, 출산 장애인이 활동지원과 육아지원을 동시에 받을 수 없는 상황 등 여성 의원이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문제들도 다루었다.

물론 정책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국감 질의 내용이 모두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국감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

같은 질의라도 현장 목소리를 함께 전달하면 더 설득력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성장 호르몬 남용에 대한 질의를 준비하다가 실제 성장 호르몬 주사를 보여주면 문제점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급하게 아이 친구 엄마에게 연락해서 주사 실물을 구해서 국감장에서 보여주기도 했고, 임상시험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 위하여 피해 유족이 보낸 안타까운 편지를 읽기도 했다. 문제점들을 지적할 때 엄마, 여성, 국민연금 가입자로 느끼는 점들을 이야기하고, 피해자와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좀 더 치밀하고 집요하게 질의를 해야 했던 건 아닐까. 말투나 속도 같은 것의 개선의 여지는 없나. 짧은 시간 욕심나서 너무 많은 것을 전달하려 했나. 국감을 마치고 나면 영상을 다시 돌려 보며 '이불킥'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다른 경로로 잘 전달되지 않는 아동, 장애인, 노인,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은 한 것 같다. 앞으로도 나의 역할을 잊지 않겠다 다짐해본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경기광명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