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작은 축제에 다녀왔다. '말콩달콩 인 면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로컬마켓 페스티벌이었다. 면목생활상권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중랑구 면목동에서 식당, 카페, 베이커리, 소품-의류공방 등을 운영하는 47개 업체의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마을 축제였다.
지난 7월부터 '면목동을 성수동, 공리단길, 서촌 같은 핫플로 만들자'는 꿈을 꾸며 협업 마케팅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10여명의 상인들도 참여하고 있기에 나도 십시일반 힘을 보태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내 역할은 시민들에게 상인들의 협업 마케팅 활동을 소개하고, 굿즈 무상 증정용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이었다.
하루에 7시간 정도를 거의 선 채로 수많은 시민들을 만났는데 목은 조금 쉬었지만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신나고 재미 있었다. 축제를 즐기는 시민 입장이 아니라 주최 측의 입장이 되어보니 달리 보이는 게 많았다.
작은 축제의 장점은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분위기다. 축제가 열린 면목동(面牧洞)은 '목장을 앞에 둔 동네'라는 뜻인데, 조선시대 이 곳에 말 목장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중랑천 뚝방길은 중랑천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데, 330m 거리의 면목동 뚝방길에는 중랑구 아티스트의 버스킹, 포토존, 식당, 카페, 베이커리 같은 먹거리 부스, 생활용품 판매 부스가 번잡하지 않게 배치됐다.
주말에는 운동이나 산책을 위해 다른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찾는 뚝방길의 폭은 4~5m 밖에 안되는데, 여기서 열리는 축제 치고는 공간도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해 보였다. 자전거를 끌고 가도, 반려견 2마리와 함께 지나가도, 길 한복판에 서서 이웃 주민과 수다를 떨어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모두 이웃사촌인 상인들이니 바가지 요금을 받을 리 없었고 고성의 호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상인들과 주민들은 환한 미소와 넉넉한 인심을 주고받았다.
느긋하게 주말을 즐기는 주민들의 얼굴 표정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축제장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스탬프를 받아 기념품을 받고 쿠키를 나눠 먹으며 뜨개질, 캐리커처, 인형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활기차 좋았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나온 젊은 아빠들, 중년의 엄마와 팔짱을 끼고 데이트 중인 30대의 딸, 할아버지와 손녀 등 7명이 총출동한 3대 가족… 골판지로 만든 전철역 포토존에서 갖가지 얼굴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며 내 가슴도 따뜻해졌다. 데이트를 즐기던 젊은 커플은 "면목동을 서울의 핫플로 만들겠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환한 미소를 보냈다.
고물가와 암울한 경제 전망 탓에 서민들이 느끼는 일상은 팍팍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화난 표정, 우울한 표정을 풀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번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의 밝고 여유 있는 모습이 그래서 더 반가웠다.
이맘때면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축제 규모, 참가 인원 같은 외형적 수치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제장을 찾은 국회의원과 구의원에게도 "상인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작은 축제가 자주 열리게 지원해달라"고 했다. 그것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