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해당 정보를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백악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되면 표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사상자 발생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10월 초에서 중반 사이에 북한이 최소 3,000명의 병력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는 게 우리 평가”라며 “북한군은 북한 원산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북한군은 러시아 동부에 있는 다수 러시아군 훈련 시설로 이동했으며 현재 훈련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백악관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임할지 아직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히 매우 우려되는 가능성”이라며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교도통신은 24일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병사 약 2,000명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종료,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 또는 로스토프주로 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의 1진 파병 병력 3,000명은 러시아 훈련소 3곳에서 기본 전투 훈련을 받으며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커비 보좌관은 소개했다. 그는 북한군이 전황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만약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데 배치된다면 그들은 정당한 표적이 된다. 싸우다 죽거나 다치는 북한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틀림없이 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언어 장벽과 지휘통제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커비 보좌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무엇을 받게 되는지 아직 모른다면서도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확대하고, 며칠 내로 러시아의 전쟁을 돕는 이들을 겨냥한 중대한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정보를 미국이 바로 확인하지 않는 데 대해 커비 보좌관은 자체 분석과 정보 공개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는 “오늘 발표는 미국 정보의 기밀 등급 해제였다. 내가 오늘 한 말과 한국 카운터파트가 한 말에 유사점이 있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도 매우 유사한 정보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이날 앞서 취재진에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주둔해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미국 정부 당국자 중 처음으로 북한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8일 북한이 1,500명 규모의 러시아 파병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를 발표한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추가적으로 약 1,500명이 더 파견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명에 이른다”며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총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