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후티 반군에 첨단 무기 우회 지원하나… ‘죽음의 상인’ 바우트 나섰다

입력
2024.10.24 07:00
중동에 관여 않던 러, 약해진 이란 대신해 역할
"사거리 300㎞ 대함미사일, '게임체인저' 우려"

이스라엘과 서방에 맞서는 ‘저항의 축’의 일원인 예멘 친(親)이란 반군 후티에 대한 러시아의 무기 지원이 가시화하면서 홍해 지역 해상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죽음의 상인’이란 악명이 높은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바우트가 사실상 러시아 정부를 대리해 움직이고 있다. 그간 중동 지역 내 갈등에 좀처럼 관여하지 않아왔던 러시아가 이란의 빈자리를 채우려 나선 데 대한 우려도 크다.

포린폴리시(FP)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후티 반군의 서방 선박 공격 지원에 나서면서 세계 해운이 큰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중재로 러시아가 후티 반군에 인도할 것으로 알려진 P-800 오닉스 대함미사일이 홍해 지역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P-800은 사거리가 약 300㎞로, 음속의 2배 이상 속도로 해수면 위를 스치듯이 날아가 요격이 쉽지 않다. 인도양에서 유럽연합(EU)의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을 지휘했던 던컨 포츠 예비역 중장은 FP에 “(P-800을) 방어할 무기, 작전을 수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해군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은 앞서 후티 반군이 이달 예멘 호데이다 항구를 통해 신형 AK-74소총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 무기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후티 반군 근거지인 호데이다 항구를 공습했다. 미국과 영국도 지난 4일 호데이다 등지를 폭격했다.

무기 이전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히는 러시아 군 정보총국(GRU) 출신 무기상 바우트가 역할을 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체포돼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바우트는 2022년 12월 미·러 간 죄수 교환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러시아 지방선거에서 울리야놉스크주(州) 주의원으로 선출되면서 군수사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에 재등장한 것이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비판하며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드나드는 서방 선박을 거듭 공격하고 있다. 이란에서 지원받은 무인기(드론)는 물론 대함순항미사일과 대함탄도미사일(ASBM) 등 최첨단무기를 동원해서다. 이달에는 미국 스타나시아호, 영국 모닝타이드호 등이 공격받았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