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 한국인 태우고 침몰한 일본 우키시마호 명부 34건 추가 입수

입력
2024.10.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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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면밀한 분석 통해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 파악에 활용 방침"

정부가 1945년 광복 직후 폭침된 일본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를 추가로 입수했다. 지난달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일본으로부터 승선자 명부 일부를 처음 전달받은 이후 두 번째다. 일본 정부의 은폐 속에 미궁 속에 남을 뻔한 우키시마호 진상 규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3일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협의를 거쳐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관련 자료 34건을 추가로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달 입수한 자료와 마찬가지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 진상 파악에 활용할 방침이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2일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귀국을 위해 아오모리현 오미나토 항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일본 해군 수송선이다. 출항 이틀 뒤 교토 앞바다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승선자 명부가 침몰 당시 없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한 일본 언론인의 끈질긴 정보 공개 청구와 취재 끝에 지난 5월 명부 존재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주일 한국대사관에 승선자 명부 19건을 전달했다.

승선자 정보를 담은 34건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정부의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 규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일 양국은 우시키마호의 승선자 수와 침몰 원인에 현격한 입장차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한국인 희생자는 524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생환자와 유족은 일본의 계획범죄에 무게를 둔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일본 정부가 폭발 사고로 위장했고,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까지 합치면 7,500∼8,000명의 승선자 중 한국인 희생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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