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앞으로 6년 동안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복합쇼핑몰 사업에 총 7조 원을 들여 전국에 13곳 복합쇼핑몰을 운영한다. 쇼핑은 물론 볼거리와 먹거리, 구경거리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국내 리테일 시장이 재편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백화점은 정체된 시장이 계속되는 반면 쇼핑몰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5월 경기 수원시 수원점을 '타임빌라스(TIMEVILLAS)'로 새 단장했다. 백화점의 장점인 럭셔리 매장과 프리미엄 다이닝 서비스, 쇼핑몰의 장점인 넓은 공간과 대중이 친근하게 여기는 다양한 상품이 결합된 곳이다.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북 전주 등 네 곳에 새 매장을 열고 전북 군산점과 광주 수완점 등 기존 점포 6개를 타임빌라스로 탈바꿈한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계획이다. 현재 롯데몰로 운영되는 서울 은평점과 경기 수지점도 장기적으로 타임빌라스로의 전환을 검토할 예정이다.
쇼핑몰이 계획대로 늘어나면 롯데백화점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3조3,000억 원)에서 75%를 차지한 백화점 비중은 2030년 60%까지 떨어지고 쇼핑몰은 30%로 눈에 띄게 높아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24일 "2030년에는 연 6조6,000억 원 매출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복합 쇼핑몰을 낙점한 것은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가 과거 11년(2013~2023년) 동안 일본 리테일 시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은 15% 역(逆) 성장한 반면 쇼핑몰은 13% 성장했다. 이에 따라 177조 원 규모의 일본 시장에서 쇼핑몰이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한다. 정 대표는 "2030년이 되더라도 한국은 백화점이 주력이겠지만 쇼핑몰 점유율이 30%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고객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무언가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먹고 시간을 보내는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잠실 롯데월드몰과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성공 또한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2014년 개점 후 2021년부터 롯데백화점이 운영을 맡은 롯데월드몰은 각종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차리고 맛집, K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며 연간 5,500만 명이 찾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쇼핑 성지가 됐다. 롯데월드몰의 성공 방정식을 이식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2023년 9월 오픈) 또한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스타필드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차별화 전략으로 ①접근성 ②다양성 ③품격을 제시했다. 타임빌라스가 들어설 송도 국제업무지구와 대구 수성 알파시티,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등은 모두 도심과 가깝다. 여기에 호텔·건설·물산 등을 보유한 롯데그룹 자산을 활용해 타임빌라스를 쇼핑과 관광,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외식 등 각종 콘텐츠가 망라된 복합 공간으로 꾸린다는 게 롯데백화점 복안이다. 정 대표는 "그룹에서 쇼핑몰을 지원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며 "이것이 가장 큰 기회 요인”이라고 했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타임빌라스 수원을 방문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쇼핑몰을 상대로 한 큰 규모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건축비 인상으로 투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지방자치단체 인허가나 지역 상인과의 상생 등 변수도 많아서다. 정 대표는 "10년 전부터 지자체들과 프로젝트 등을 준비하며 인허가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며 "(7조 원은) 백화점이 보유한 자금과 매년 만들어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등을 고려하면 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