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민주·공화 양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2일(현지시간)은 라틴계 유권자를 상대로 구애하는 날이었다. 해리스는 동요 조짐을 보이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 기반을 복원하려 대중매체로 자기 경제 공약을 알렸고, 트럼프는 지도자 그룹과의 소규모 대화를 통해 해리스에 대한 반감을 부추겼다.
라틴계는 백인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유권자 집단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번 대선 라틴계 유권자는 전체의 14.7%인 3,620만 명에 이른다. 2020년 대선 때 63%가 바이든을 지지했지만, 전날 미국 USA투데이가 공개한 라틴계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9%가 트럼프를, 38%가 해리스를 각각 지지 후보로 꼽았다. 다만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유권자의 4분의 1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두 후보가 라틴계 유권자 확보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해리스는 이날 라틴계 남성 유권자를 겨냥한 맞춤형 경제 공약을 보도자료로 발표하고 미국 스페인어 방송 텔레문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제안을 설명했다. 공약에는 △일부 연방정부 일자리의 대학 학위 조건 폐지 △2만 달러(약 2,800만 원)까지 탕감 가능한 소규모 창업 자금 대출 100만 건 제공 △신규 주택 구매자 대상 계약금 2만5,000달러(약 3,500만 원) 지원 등이 포함됐다.
해리스 캠프는 “이 계획은 비용을 낮추고 주택 소유를 늘리며 취업 기회를 확대해 라틴계 남성과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인터뷰에서 “라틴계 남성의 경우 창업 자금 마련이나 대형 은행 대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이날 워싱턴에 머물렀다.
같은 날 트럼프는 플로리다주(州) 도럴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라틴계 종교·기업 지도자들을 상대로 라운드테이블(원탁 회의) 행사를 열었다. 그가 초점을 맞춘 의제는 대규모 불법 이민 유입을 초래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이었다. “국경이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우리에게 더는 나라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를 향한 독설도 빼먹지 않았다. “지능지수(IQ)가 낮다”는 식의 인신공격을 재차 가하는 한편 이날 해리스에게 유세 일정이 없다는 사실을 꼬투리 삼아 “그는 지금 자고 있어서 선거운동을 하러 갈 수 없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해리스가 꺼낸 ‘고령 리스크’ 공세에 반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