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차기 대선 정권 교체를 위한 집권플랜본부를 출범시켰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공세를 퍼붓는 것만으로는 중도층 공략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정책 행보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민주당은 집권본부 이외에도 50명 규모에 달하는 경제·안보 등 분야별 특보단 발족도 예고한 상태다.
집권플랜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비롯한 집권 담론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이른바 문화 주도 성장을 첫 번째 키워드로 내세웠다. 집권플랜본부는 선대위 조직을 방불케 할 만큼 당력이 집중됐다. 김 최고위원을 필두로 지도부 의원들과 친명계 최대조직이었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전 대표 등 원외인사들도 대거 포진됐다. 정책 싱크탱크 기능과 함께 전국 조직도 정비하려는 것이다.
최우선 집권플랜으로 경제와 문화를 내세운 데는 서민·중산층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민생 여건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 요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14%)보다 경제·민생·물가(15%)가 높게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김 여사와 관련한 직접적 비판은 자제하며, 연일 민생 이슈에 초점을 맞춰 윤석열정부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윤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타깃층을 분명히 겨냥한 '핀셋 민생' 전략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군 당국의 장병 복지 소홀을 꼬집으며 군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고, 비싼 배달수수료를 고리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민심도 공략하고 있다.
이날 당정이 김장철 물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대표는 재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17일 김포족(김장포기족)을 띄우고 강원의 배추밭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이슈를 선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런 선제적 움직임이 '정부보다 민주당', '윤석열보다 이재명'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민생 정책 행보가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시선을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연이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이재명 무죄' 여론전에도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