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대량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최대 3개월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전쟁 물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우리 군 당국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북한이 지하 요새화된 군수공장 약 200여 개를 가동하고 있으며, 러시아 수출용 포탄 등을 생산하는 공장은 무기 증산을 위해 '풀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무기 재고량은 약 1~3개월 정도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군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수출한 물량과 북한의 비축량 평가, 북한의 탄약 생산능력을 고려했을 때 전시 비축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보본부는 그간 북한이 나진항을 통해 러시아로 반출한 컨테이너를 2만 개 이상으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북한군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하면서 공개한 '1만3,000여 개 이상'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컨테이너 2만여 개에 152㎜ 포탄을 가득 채웠다고 가정하면 약 940여만 발 수준이다. 정보본부는 북한이 152㎜ 포탄 외에도 122㎜ 방사포탄, 소련제 T계열 전차포탄, 휴대용 대공미사일, 대전차 미사일 등을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대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수출했음에도 충분한 전쟁물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춰 북한은 상당한 수준의 무기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군수공장은 약 200여 개로 추산되는데, 주요 군수공장은 전쟁이 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하 요새화돼 있다. 정보본부는 "북한의 정확한 무기 생산량을 추산하긴 힘들지만, 러-우 전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은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증산을 위해 최대한 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해 북한의 군수공장 180곳 중 98곳이 대포, 탄약 등을 생산하고 있다며 군수산업 종사자만 200만 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보본부는 "현재보다 많은 양의 무기 수출이 지속될 경우 북한군에서도 교육용 포탄 수급 부족에 따른 훈련 차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배경으로 포탄 비축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무기 수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병력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등은 북한이 대러시아 무기 지원 초기, 생산된 지 50년 이상된 장기 비축분을 우선 공급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은 불발탄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대북제재로 무기에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상용품에서 부품을 떼어내 조달했다고 평가했다. 정보본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된 북한산 추정 미사일 잔해에서 미국, 유럽, 일본산 부품이 확인됐다"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품 부품을 무기 제조에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산 정밀무기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