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접은 트럼프 독려에… 공화당원 사전투표 참여 확 늘었다

입력
2024.10.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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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엔 민주당 우위… 격차 축소
젊을수록 늦게 투표… 해리스 유리

미국 공화당 지지자가 4년 전과 달리 대선 사전투표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네바다주(州)에서는 참여 규모가 민주당을 앞질렀을 정도다. ‘선거 사기’ 음모론 제기를 접은 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2주 앞둔 2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에서 투표가 시작되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간 승패를 가를 7개 경합주가 모두 사전투표에 돌입했다. 특히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 온 ‘선벨트’(따뜻한 남부) 격전지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15일 현장 사전투표가 개시된 조지아주에서는 이날 오전까지 160만여 명이 권리를 행사했는데, 4년 전 총투표 인원의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공화당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원들이 최근 몇 년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표소에 나타나거나 우편투표를 하고 있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금껏 회수된 투표용지의 49%가 민주당원, 31%가 공화당원 표인데, 각 비율이 52%, 24%였던 2020년 대선 당시 같은 기간보다 격차가 줄었다.

아예 우열이 역전된 곳도 있었다. 네바다주다. 21일 저녁까지 제출된 투표용지 약 24만5,000장의 39.5%가 공화당, 36.3%가 민주당에서 왔다는 게 주 국무부 집계다.

뜻밖의 결과는 아니었다. 4년 전 압도적으로 우세한 사전투표 참여를 통해 적극 지지층의 표를 미리 확보한 민주당은 남은 선거운동 기간 투표에 소극적이던 유권자들을 끌어내는 데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사전투표, 특히 우편투표는 절대 하지 말라고 지지자를 말렸다. 부정행위에 희생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지지층 총동원을 방해했고, 승부도 패배로 결말났다. 민주당 데이터 전략가 톰 보니어는 WSJ에 “2020년 코로나19를 의식해 미리 투표했던 민주당원의 경우 다수가 (정상 패턴인) 선거일 대면 투표로 복귀하고, 거꾸로 트럼프와 당 주문대로 사전투표에 동참하게 될 공화당원은 늘어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반드시 트럼프에게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인 마이클 맥도널드는 WP에 “어차피 선거일에 투표했을 유권자가 미리 나온 것일 수 있는 데다 해리스 지지 기반인 청년층은 늦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사전투표자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