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반도체, 중국 화웨이 속에 숨어 있었다

입력
2024.10.23 15:48
화웨이 첨단 AI칩셋에 TSMC 제품 탑재
"수출 통제,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반도체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제품에 숨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목록에 올라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22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 기업 테크인사이트는 최근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셋 제품인 어센드910B를 분해했다. 그 결과 이 제품에는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21일 성명을 내고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에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우리는 수출 통제 등 모든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국가 안보'를 내세워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2022년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칩 등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외신들은 화웨이가 어떤 루트로 TSMC 제품을 사들였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위반 혐의를 '자진 신고'했지만, 이전부터 자사 제품의 화웨이 유출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2분기 TSMC의 매출 중 중국 비중은 16%로, 여전히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번 일은 기업은 물론 규제 당국 입장에서 수요가 많은 제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엔 화웨이가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에 한국 기업인 SK하이닉스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는 TSMC 제품이 어떻게 화웨이로 흘러들어 갔는지에 대해 최근 몇 주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이 최근 보도했다. 상무부는 TSMC가 주문 접수 전 기업 실사 등 '고객 확인' 작업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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