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며 고삐를 죄자,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압박에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특감)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추경호 원내대표가 "최종적으로 의원총회를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윤-한 갈등에 이어 당 투톱의 균열도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 대표가 같은 회의에서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마지노선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결과가 나오는 다음달 15일로 못 박았는데, 바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특히 특감 추천이 원내의 일이란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원내대표가 국회운영에 관한 책임과 최고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감 추천 절차가 자신의 권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특감 추천은) 원내 사안이다. 최고 의사결정은 의총을 통해 이뤄지고, (의총의) 의장은 원내대표"라며 "다양한 의견을 모으려면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 질문에 "여야가 합의해오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친한동훈(친한)계 인사 22명이 모인 만찬 회동을 두고서도 친윤계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이를 김건희 특별검사법을 '인질'로 한 무력시위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구도상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을 행사해도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데, 이를 의도한 세 과시라는 것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몇 명이서 (김건희 특검법을) 인질로 잡고, 저게 할 짓이냐"며 "그 특검법이 상식의 범주 내에 들어있는 법이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명구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3주 전에 특검법이 폐기될 때 한 대표가 이 특검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뭐 바뀐 게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야당의 편에서 민심을 팔고 그 지렛대로 갈등을 유발시켜 자기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건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검법 '이탈표'에 대해 "야당과 같은 입장"이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주최 세미나에서 전날 회동을 지적하며 "(당 대표가) 무슨 계파의 보스인가, 20여 명 쪼르르 모여 저녁 먹으면서 하는 게 아마추어도 아니고…"라며 "참 큰일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 출마해볼까 하는 것, 그거 하나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의 비판 뒤 한 대표에게 전화가 온 사실을 언급하며 "'당원이 어떻게 대표에게 욕을 할 수 있느냐'하더라"라며 "당 대표가 잘못했으면 비판을 받아야지, 그런 걸 하나를 감당 못하면서 어떻게 당 대표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친한계 의원들은 추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반격했다. 배현진 의원은 이날 의원 전체 단톡방에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관 도입을 원천 반대하는가. 그동안 당의 기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원내대표가 설명을 해달라”고 글을 올렸고, 박정훈 의원도 “의원총회를 열어 충분한 설명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원했다. 배 의원과 박 의원을 포함해 8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