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하면서도 '인하율 폭'은 줄여 기름값이 다소 오를 예정이다. 사실상 세금 인상분이 약 2주 뒤에는 일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올해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다만 인하 폭이 당초 20%에서 15%로, 경유는 30%에서 23%로 각각 축소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인하 조치를 중단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세수가 더 필요하고 물가도 다소 안정돼 가는 모양새로 인하율을 일정 부분 줄여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9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올라 상승률이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왔다.
석유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 국제 유가 변동 폭은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인하율 조정 폭은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는 리터(L)당 698원, 경유는 448원이 부과돼 각각 지난달보다 42원, 41원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최근 꾸준히 하락세였던 기름값은 다소 오를 전망이다.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은 7월 다섯째 주(1,711.04원)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8월 둘째 주 1,600원대, 10월 첫째 주 다시 1,500원대로 내려오는 등 11주 연속 하락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인하율 폭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 일선 주유소에서 가격에 반영하기까지는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