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단체인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놓고 "청소년 유해 매체물은 전국 초·중·고 도서관에 비치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학연은 22일 낸 성명에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려는 시도에 학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성명서엔 22일 오후 7시를 기준으로 1만여 명이 서명한 상태다.
성명은 지난 17일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에 대해서도 “(교육감 본인은) ‘채식주의자’를 끝까지 읽어보았는지, 자신의 미성년 손자·손녀가 있다면 필독 도서로 추천하고 싶은지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후보였던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조전혁 후보가 교육감이 된다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이 학교 도서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학연은 보수 진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였던 조전혁 전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보수 성향 단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조 전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에서 “대한민국 교육이 진보 교육이란 허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무너진 교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보수 교육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4일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이 ‘동성애를 미화하고 조장한다’며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지난달 4일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당시 후보)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극단적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단체는 앞서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를 허용하고 학생의 교내 휴대폰 사용 제한을 완화하는 등 교육 현장을 망치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법을 폐기해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채식주의자’의 학교 도서관 비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지난해 보수 단체의 보도자료를 첨부한 경기도교육청의 공문을 받은 도내 학교들이 도서 2,500여 권을 폐기했는데, 그중 한 학교 도서관에서 ‘채식주의자’가 성 묘사 문제로 폐기된 사례를 놓고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채식주의자’를 읽어봤는데 아주 깊은 사고 속에서 쓰인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도 “책에 담긴 몽고반점 관련 등의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보기에 저도 좀 민망할 정도의 그렇게 느끼면서 읽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대착오적 도서 검열”이라고 비판했으며,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교육청이 작년 3차례나 ‘성교육 도서 처리 결과 도서목록 제출’ 등 문구가 담긴 공문을 학교에 보낸 것은 검열 또는 강압에 해당한다”고 거세게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