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열쇠는 정주여건... 입주하고 싶게 만들어야 ”

입력
2024.10.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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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식 울산경제자유구역청장 인터뷰]
외국인 투자 60%는 수도권에 집중 ‘양극화’
사회·문화·교육 인프라 갖춰야 투자 유인
전략산업+서비스업종 ‘투트랙’ 전략 필요
KTX울산역 신규 지구, 자족신도시로 육성

2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외국인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6월까지 외국인들은 국내에 총 1,520억8,2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60.6%(921억2,200만 달러)는 수도권인 서울·인천·경기에 집중됐다. 비수도권 투자비율은 지역을 특정하지 않은 투자액(275억5,000만 달러)을 제외한 21.2%(323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외국인 투자도 지방은 ‘찬밥’ 신세라는 얘기다. KOTRA 외국인투자지원센터장 출신인 이경식(55) 울산경제자유구역청장은 지난 16일 울산 남구 신정동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핵심은 정주여건”이라며 “경제자유구역도 사회, 문화, 교육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갖추고 외투기업이 입주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 중 광주와 함께 가장 늦은 2020년 6월 지정됐다. 올 초 제2대 울산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취임한 이 청장은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1996년 산업통상자원부(옛 통상산업부)에서 공직생활(행정고시 39회)을 시작했다. 자유무역협정무역규범과장, 통상협력총괄과장, 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추진단장 등을 지낸 통상 전문가다. 이 청장은 “경제자유구역청 후발주자인 울산은 이제 터를 닦고 어떤 집을 지을지 구상하는 단계”라며 “미래모빌리티나 화학신소재, 수소·저탄소 에너지 등 기존 전략산업과 함께 서비스업종을 유치해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도심항공교통(UAM)의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와 호텔, 레저스포츠시설 구축 등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버티포트 설치에 관심을 표명한 투자자와 이미 협의에 착수했고,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부터 역세권 내 호텔 특화용지에 대한 사업추진 의향도 확인했다”면서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공서핑장과 카누슬라럼 센터 등도 투자유치가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투자 유치 활성화의 전제조건으로 그는 국내 기업의 획기적인 조세 감면책을 꼽았다. 경제자유구역이 산업단지로 지정된 경우 국내 기업에도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 혜택이 있으나, 산업단지 외 구역은 혜택이 전무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려면 공동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가까운 곳에 포진해 있어야 한다”면서 “무작정 오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당근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투자기업도 유해조세 경쟁(과도한 세 부담 경감 경쟁) 문제로 2019년 법인세, 소득세 감면제도가 폐지돼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외국인 투자 규모에 비례해 최대 50%를 현금 지원하고, 공장 부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분양하거나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백 개가 넘는 각종 경제특구가 생겨나고 있지만 전담 행정기구를 두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경제자유구역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추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울주군 삼남읍 일대 1.53㎢ 규모 ‘KTX 울산역 복합특화 지구’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2026년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하고 수소와 이차전지 관련 연구개발(R&D)이나 서비스 업체를 유치해 산‧학‧연‧관이 융합된 고밀도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기대되는 경제효과는 2030년 기준 생산유발 2조36억 원, 부가가치 유발 8,353억 원, 취업 유발 6,662명이다. 이 청장은 “이곳을 산업, 연구, 교육, 주거 기능이 결합된 자족 신도시로 육성할 것”이라며 “신규 개발 지역이 포화 상태인 울산 도심 기능을 분산해 새로운 지역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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