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환율 1380원대 복귀... 금리·주가도 긴장

입력
2024.10.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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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 인하 기대 꺾이고
엔화 등 주요국 통화도 약세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 지속
"관세 현실화 땐 대중 수출 6%↓"

미국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자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뛰고, 위험자산 투자 심리는 약화하면서 주식시장도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9원 오른 1,380.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마감가가 1,380원을 넘어선 건 7월 30일(1,385.3원) 이후 약 석 달 만이다. 이날 장 초반인 오전 9시 11분엔 1,382.9원을 찍기도 했다. 글로벌 강달러 기조 부활로 달러당 원화값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는(원화 가치 하락) 추세다. 지난달 30일 1,307.8원이었던 주간 거래 종가는 단 13거래일 만에 72원 넘게 치솟았다.

간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2%까지 뛰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월 2일 이후 처음 104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들이 향후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완만할 것임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각종 베팅 사이트와 선거 예측 모델에서 우위를 보인 점도 달러와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규모 관세 부과와 감세를 골자로 한 트럼프 2기 경제 정책은 재정 적자를 확대시켜 채권 발행 규모를 급증시키고, 강달러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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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통화의 약세도 달러의 상대적 강세를 야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멕시코를 콕 집은 뒤 ‘트럼프 리스크’ 가늠자가 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21일(현지시간) 장중 달러당 20.075페소까지 급락해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당 엔화값은 최근 150엔까지 절하됐고, 금리 인하에 탄력이 붙은 유럽과 영국의 통화 가치도 하락 중이다. 시장에선 달러 대비 원화값도 단기적으로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적잖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국내 증시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4.22포인트(1.31%) 내린 2,570.70에 마감했다. 개인이 5,800억 원 넘게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00억 원가량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는데, 테슬라 실적 우려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기 우려가 맞물리며 2차전지주 매물이 쏟아졌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2016년과 달리 이번에는 선거 전부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면서 “무역분쟁 피해도 조기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금융 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산에 60% 고율 관세, 나머지 국가 상품에도 10% 안팎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對)미 수출은 물론 대중 수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 측이 공언한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우리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이 6% 이상 하락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상당 폭(-1%)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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